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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세례명 티모테오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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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세례명 티모테오의 진면목

권재현 기자 입력 2018-11-10 18:33수정 2018-11-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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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시사 레슨]바오로와 티모테오, 노무현과 문재인의 묘한 싱크로율

[청와대사진기자단]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합니다.”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접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임은 알려졌지만 세례명이 티모테오임을 직접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경남 거제의 피란민 판잣집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은 초등학생 시절 학교를 마치면 인근 성당에 가 구호식량을 배급받곤 했다. 이때 “구호식량을 나눠주는 수녀님들이 천사처럼 보였다”는 그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산 영도구의 신선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가톨릭 신자는 보통 자신의 생일에 해당하는 축일을 지닌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택하곤 한다. 티모테오의 축일은 로마가톨릭 교회의 경우 1월 26일로 문 대통령의 양력 생일인 1월 24일보다 이틀 늦다. 하지만 1969년 이전까지는 1월 24일이 티모테오의 축일이었다.

이탈리아 화가 바르톨로메오 몬타냐의 ‘성 바오로’ (1542~1545·왼쪽)와 성 티모테오의 이콘화. [구글아트프로젝트, 위키피디아]

○ 바오로와 티모테오

이런 이유로 티모테오가 문 대통령의 수호성인이 된 셈이지만 그 삶을 돌아보면 문 대통령이 걸어온 길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1세기 무렵 인물인 티모테오(개신교의 디모데)는 바오로(바울)의 친구이자 오른팔과 같은 존재였다. 바오로는 기독교 성서(신약) 27편 중 13편을 직접 집필했으며 사도행전 내용 가운데 절반이 그의 행적에 관한 것이다. 티모테오는 사도행전에도 등장할 뿐 아니라, 바오로의 서신 형태 13개 편 중 2편이 티모테오에게 보내는 편지(티모테오서)다. 또 로마서, 빌립보서, 고린도서 등 다른 서신편에도 ‘티모테오와 함께 인사를 전한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일대)에서 출생한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바오로는 타르수스(다소)에서 태어나 한때 예수 추종자들을 사냥하던 바리새파(유대교 율법중심주의자)였다 예수 사후 예수를 영적으로 접하고 회개한 뒤 민족종교였던 유대교와 차별화된 보편 종교로서 기독교의 주춧돌을 놓게 된다. 모계 혈통의 유대인이던 티모테오 역시 소아시아 남부 리스트라 출신의 유대교 신자였지만 첫 해외선교에 나선 바오로를 만나 예수를 믿게 됐고 바오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선교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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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 번째 선교여행에서 기독교가 유대교로부터 분리되는 기점인 ‘예루살렘 공의회’(49년)에 동참했다. 바오로는 여기서 베드로와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설득해 유대교 남성의 의무인 할례를 기독교로 개종한 남성에겐 면제해줬다. 율법의 사슬로부터 기독교를 해방시킨 것이다. 티모테오는 이후 소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기독교 거점이던 에페수스(에베소)로 파견돼 기독교 공동체를 이끈다. 에페수스는 소아시아에 건설된 그리스 식민도시 가운데 가장 번성했던 곳으로, 로마제국 시절엔 아시아 속주의 수도였으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여생을 보냈을 정도로 초기 기독교의 주요 전진기지였다.

바오로는 로마제국 영토를 2만km나 돌아다니며 정력적으로 선교활동을 펼치다 67년 경 로마제국의 수도에서 기독교금지령을 내린 네로 황제의 명에 따라 로마 남문에서 참수됐다. 바오로의 참수 이후 65세에 에페수스의 주교가 된 티모테오는 97세로 죽음을 맞을 때도 바오로의 선례를 따랐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으로 에페수스의 수호신인 디아나를 받드는 제전이 열렸을 때 정면에 나서 우상숭배라고 비판하다 광분한 군중으로부터 집단린치를 당해 순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비서실장(왼쪽)과 노 대통령. [동아DB]

○ 노무현과 문재인

성경의 여러 기록을 보면 바오로와 티모테오는 ‘솔메이트’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관계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처럼 진했다.

바오로는 티모테오보다 열두 살 연상이라 티모테오서에서는 그를 ‘나의 아들’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대부분 ‘형제’로 칭했으며, 무엇보다 티모테오의 인품을 무척 사랑했다. 바오로는 예수 생전의 제자들보다 총명하고 의지가 굳건했지만 다혈질이라 한때의 동지를 적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초기 해외선교 동지였던 바르나바(바나바)와는 논쟁 끝에 결별했고, 심지어 베드로조차 비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바오로가 평생 사람됨을 일관되게 칭찬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 티모테오였다.

노 전 대통령(1986년 송기인 신부로부터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받았지만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음)은 문 대통령보다 일곱 살 연상이지만 그를 동지이자 친구로 대했으며, 무엇보다 인간 문재인의 성품을 높이 샀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 보수정치의 아성인 영남 출신이지만 진보정치인의 길을 걸었고, 같은 영남 출신의 인권변호사였던 문재인을 정치에 입문케 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그에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자리를 맡겼으며, 선출직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을 적극 권했다. 문재인은 결국 노 전 대통령 사후 그 뜻을 받들어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현실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두 차례 도전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쓴 국내 유명 인사가 한 명 더 있다. 8월 24일 향년 82세에 선종한 원로가수 최희준 씨다. 최씨는 1990년 가톨릭 세례를 받았는데 양력 생일이 5월 30일이었던 만큼 다른 이유로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받은 듯하다. 그의 대표곡 ‘하숙생’은 우리네 인생이 남의 집에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하숙생의 처지와 같다고 노래한다. 티모테오 대통령 또한 청와대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하숙생 신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6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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