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긍정의 힘’으로 쓴 젊은 기자의 백혈병 투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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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황승택 지음/232쪽·1만5000원·민음사

근육통과 식은땀이 한 달간 계속돼 검사를 받았다. 병명은 백혈병. 믿기 어려웠다. 매주 세 번 수영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술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었다. 37세였던 2015년, 가장이자 채널A 기자로 현장을 누비던 저자의 삶은 세차게 흔들렸다.

억울한 마음도 컸다. 하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고통 속에 성장하는 내면을 글로 써 나가기 시작했다.

투병기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다.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오는 골수 채취 과정, 한 번도 아닌 두 차례에 걸친 재발에도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공의가 세 번이나 척수액 채취에 실패해도 한국 의료진의 기량 향상을 위한 소소한 희생이라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병원에 불이 났다는 말에 취재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약이 통관 때문에 도착이 늦어지자 의약품 통관 제도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등 아파도 직업병(?)을 못 버린다.

물론 그 역시 사람이기에 무너져 내릴 때도 있지만 앞으로 어떤 삶의 파고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겠느냐며 마음을 다잡는다. 타인에게 조혈 모세포를 이식받을 확률이 2만분의 1인데, 자신은 두 번이나 받았으니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통과했다며 의미를 둔다. 거듭된 재발과 고열, 구토 등 치료에 따른 부작용에 지쳐 떨어질 법도 한데, 싸이도 군대를 두 번 다녀온 후 월드스타가 됐다는 걸 떠올리며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에서는 입이 딱 벌어진다.

치료 과정을 세밀하게 썼기에 같은 치료를 시작한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적지 않다. 두 딸이 자라는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게 됐고,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주위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등 시련이라는 먹구름보다는 그 사이로 여리게 쏟아지는 햇살을 보려는 긍정의 에너지는 크고 작은 아픔을 지닌 이들의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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