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마지막 칼럼서 ‘자유 아랍’ 열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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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사망 2주전 받은 칼럼 공개
“언론통제 아랍, 철의 장막에 갇혀… 내 글 사우디語로도 실어줘 감사”
NYT, 잔혹살해 정황 테이프 보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내 칼럼들을 (인터넷에) 영어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어로도 실어준 것에 감사한다. 아랍인들에게는 서방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한 글을 모국어로 읽고 이해하고 대화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달 초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마지막으로 남긴 칼럼 중 일부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지난해부터 WP에 실어왔다.

17일 뉴욕타임스는 영사관 안에서 무장한 사우디인들에게 붙잡힌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등 고문을 받다가 참수된 정황이 담긴 녹음테이프 내용을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WP 글로벌칼럼 편집자 캐런 아티아는 “2주 전 받은 이 글을 카슈끄지가 돌아와 함께 편집해 주길 희망했지만 이제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마지막 칼럼에는 그가 온 생애를 바쳐 추구한 ‘자유 아랍’에의 열망과 헌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는 이 칼럼에서 “2011년 ‘아랍의 봄’(기득권 부패에 반기를 든 대중운동)이 안겨준 밝고 자유로운 아랍 사회에 대한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고 썼다. 그는 “아랍은 더욱 엄혹한 사회로 퇴보했다. 일례로 이집트 정부가 신문사 ‘알마스리 알야움’을 몰수했을 때 이집트 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아무런 비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카슈끄지는 “아랍 국가들은 인터넷까지 통제하며 미디어의 고삐를 쥐고 침묵하게 만들었다”며 “철의 장막에 갇힌 아랍인들에게는 세계의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미디어, 가난과 부패로 고통 받는 현실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카슈끄지#마지막 칼럼#자유 아랍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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