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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손을 잡아요”…HOT, 17년만의 콘서트 오전부터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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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손을 잡아요”…HOT, 17년만의 콘서트 오전부터 뭉클

뉴시스입력 2018-10-13 13:59수정 2018-10-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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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마주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 ♪♬”

13일 오전 11시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에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으로 가는 대로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나지막하게 그룹 ‘H.O.T’의 ‘빛’을 불렀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오빠들을 17년 만에 만나는 설레는 마음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이돌 그룹 원조로 통하는 HOT가 이날과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팬들과 만난다. HOT는 문희준(40), 장우혁(40), 토니안(40), 강타(39), 이재원(38) 5명이 멤버다.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이후 ‘캔디’ ‘행복’ ‘위 아 더 퓨처’ 등의 히트곡을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번에 공연하는 올림픽주경기장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장소다. HOT는 1999년 9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성지로 통하는 이곳에 올랐다. 마이클 잭슨 등 팝스타를 제외하고 한국 가수 최초였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섰던 것도 2001년 2월27일 올림픽주경기장이었다. HOT는 그해 5월 해체했다.

이로 인해 이번 공연은 예매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예매 오픈 즉시 8만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온라인에서 암표가 100만원대에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의 마음은 간절했다.

이날 오전부터 공연장 앞 열기도 대단했다. 굿즈 숍은 오전 9시 문을 열었는데 새벽 시간대부터 그 앞에 줄이 늘어섰다. HOT 팬덤 이름인 ‘클럽 HOT’라는 문구가 적힌 HOT 상징과도 같은 흰색 우비와 티셔츠, 모자 등을 팔았다.

공연장 인근에 돗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팬들은 “오전 5시30분에 왔는데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알아온 친구들이 아닌, HOT 멤버 이재원의 지난 4월 생일 파티 때 만나 금세 친해진 이들의 모임은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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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옆으로 “H.O.T. H.O.T. 문희준 H.O.T. 장우혁 H.O.T. 안승호H.O.T. 안칠현 H.O.T. 이재원”이라고 외치며, HOT 5집 타이틀곡 ‘아웃 사이드 캐슬’ 응원법을 되새기는 팬들이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외치려니, 리듬을 타기 힘들어 연습 중”이라며 웃었다.

HOT는 ‘십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를 뜻하는 팀 이름처럼 90년대 후반 10대들의 목소리들의 대변자였다.

이날 공연장에 온 30대 팬들은 학창시절에 자신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HOT는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팬은 왜 HOT가 좋냐는 물음에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 똑같은 삶을 강요하지마”라는 노랫말의 HOT 대표곡 ‘위 아 더 퓨처’를 부르는 것으로 답은 대신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30대 황모씨도 ‘위 아 더 퓨처’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으며 “남자가 봐도 춤이 정말 멋있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HOT는 이 곡에서 힘껏 뛰어 올라 발을 차는 춤을 선보였다. 그녀는 “콘서트를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벌써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HOT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후반의 대중문화 풍경을 다뤄 신드롬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7’에는 HOT의 열렬 팬 ‘시원’이 나온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가 연기한 그녀는 고교 시절 HOT ‘팬픽’을 쓰던 실력을 바탕으로 대학에 가고, 방송작가가 된다. 황 씨 역시 “HOT 때문에 방송 일에 관심을 갖고 ‘응답하라 1997’ 시원이처럼 방송국에서 일했다”고 했다.

HOT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류의 문을 연 그룹으로도 통한다. 이날 중국 팬들도 상당수 눈에 보였다. HOT가 1997년 발표한 2집에 적극 도입한 그래피티 아트가 적용된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흰색 우비를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중국 팬 샤오친(33)은 “청소년기에 상처 받고, 힘들어할 때 HOT의 가사가 큰 위로를 안겼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팬이다. 이들의 중국 콘서트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보게 돼 뭉클하다”고 했다.

HOT는 현재 H.O.T라는 명칭을 콘서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과거에 프로듀싱한 SM 출신 김모 씨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 이를 사용하는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연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라는 풀 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HOT의 소속사였던 SM는 이번 콘서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멤버들 중 강타만 현재 SM 소속이다. 다만 SM 자회사인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가 투자사로 참여헸다.

하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모이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다섯 멤버가 모두 뭉친 것만으로도 감격해했다. 30대 한 팬은 HOT가 앞으로 계속 활동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오빠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아이돌 팬클럽 문화의 원형을 만든 이들은 암표가 나돌자 “제발 여러분 암표 사지 말아 주세요. 우리 오빠들이 어떤 마음으로 다시 나오는데 이걸 이용해서 돈벌이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등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1세대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 팬클럽의 거의 모든 행동양식을 수립한 사람들”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아이돌 팬을 안 좋게 보는 시선 앞에서 나름 욕을 듣지 않으면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고 적극 노력했다”고 말했다.

HOT의 17년 만의 콘서트는 이날 오후 7시에 예정됐다. 팬들은 오후 2시에 HOT노래를 들려주는 버스킹을 하는 등 공연 전부터 공연장 일대를 흥겨운 축제로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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