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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문화유전자” 해외 스타 유튜버도 잇달아 먹방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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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문화유전자” 해외 스타 유튜버도 잇달아 먹방 합류

이설 기자 입력 2018-10-13 03:00수정 2018-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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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세계화’ 시즌2, 어떻게 달라졌나
유튜브에서 ‘mukbang’을 검색하면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도전하는 영상이 죽 뜬다. 미국 먹방은 대화에 주력하고 태국 먹방은 음식을 빨리 많이 먹는 ‘푸드파이터’형이 많다. 유튜브 캡처
“내가 먹는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vs “남이 먹는 걸 왜 보느냐.”

2008년 1인 인터넷 플랫폼에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 등장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색 방송에 환호와 비난이 교차했다. 반짝 유행에 그칠 거란 예측과 달리 먹방은 1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에선 장르 변화를 거듭하며 방송과 유튜브를 평정했고, 해외에선 먹방의 한글 표기 ‘mukbang’이 그대로 쓰인다. 한국의 먹방 시청을 넘어 직접 요리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먹방 한류, 먹방의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 ‘먹방’ 원조 코리아

먹방 크리에이터 양수빈 씨(유튜브 구독자 121만 명)가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먹방’을 찍고 있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자니 웨이글 씨의 롤모델은 한국의 스타 크리에이터 양수빈 씨다. 페이스북 팔로어 33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34만 명을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로 최근 태국에 진출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국내 MCN(다중 채널)업체 트레져헌터 소속인 웨이글 씨는 “태국에서 양수빈 씨는 특급 스타다. 그의 먹방을 참고해 멋진 먹방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유튜브의 본고장은 미국이지만 먹방의 원조는 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문 ‘mukbang’의 구글 검색량은 2015년 등장한 뒤 급증세다. 2016년 10월 미국 CNN이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CNN은 ‘mukbang’을 ‘함께 식사하는 소셜이팅(social eating)’으로 정의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가 소통하며 식사하는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떵개’와 ‘개떵’ 형제인 ‘떵개떵’의 먹방 ‘하루대끼’의 한 장면. 방송 예능 프로그램처럼 농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한다.
이후 먹방은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구독자 약 289만 명)의 방송은 20% 이상이 해외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짧은햇님’, ‘떵개떵’, ‘엠브로’, ‘프란’, ‘슈기’ 등의 인기 크리에이터 채팅창엔 해외 팬들이 자국 음식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올린다. 먹방은 아니지만 한국 전통시장의 음식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푸디보이 채널’은 해외 시청 비율이 90%에 이른다.

MCN업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황수연 파트너십 매니저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해외 시청자가 60%에 육박한다. 지역은 동남아시아,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미국, 남미 등 다양하다”며 “음식에 대한 관심은 만국 공통이라 먹방에는 국경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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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 세계화 ‘시즌2’

1세대 먹방 크리에이터로 ‘먹방계의 황태자’라 불리는 밴쯔(유튜브 구독자 289만 명)의 방송 모습.
‘맥도날드 신제품 시식,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맵지 않게 먹는 법, 4세 소녀의 먹방….’

유튜브에서 ‘mukbang’을 치면 각종 먹방 영상이 줄줄이 뜬다. 다양한 피부색의 크리에이터들이 스시, 타코, 햄버거, 양고기 등 각국 음식을 먹는 장면을 내보낸다.

최근에는 한국 먹방을 모방해 창작에 도전하는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1년 사이 먹방이 유튜브 주류 문화로 부상했다. 먹방은 국경 없는 문화유전자”라며 “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오클리를 비롯해 트리샤 페이타스, 제임스 찰스, 매니 무아, 제프 스타, 셰인 도슨 등 스타 유튜버들이 먹방을 찍고 있다”고 전했다.

MCN업체 트레져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약 2년 전부터 해외 구독자가 늘면서 구독자 10만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1500팀 이상으로 늘었다. 공감과 공유를 거쳐 모방·창작을 통해 크리에이터로 성장한 해외 팬들이 많다”고 했다. 먹방 시청 붐이 일었던 3년 전 ‘세계화 시즌1’에 이은 ‘먹방 세계화 시즌2’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대표 메뉴는 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떡볶이, 라면, 김치 등 매운 음식이다. 한국의 매운 음식에 도전해 보겠다며 양동이에 면을 가득 담고 먹어 치우기도 한다. 불고기, 잡채, 갈비, 김밥 등 한국의 대표 음식도 단골 메뉴다.

먹방 유행을 타고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먹방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3년 사이 수출액이 6배나 늘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 유럽,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 고공 인기 속 규제 논란도

유튜브 구독자 41만5000명을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 권회훈 씨가 방송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 권 씨는 차진 입담과 ‘스까먹기’(섞어먹기) 등 유행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 시간마다 방송을 보다 보니 같이 밥을 먹는 식구 같아요. 크리에이터도, 방송을 함께 보는 시청자들도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손미혜 씨(38)는 자취 생활 18년 차다. 혼자 밥 먹을 땐 늘 TV와 마주했는데 먹방을 안 뒤에는 노트북을 펼친다. 밥 먹을 땐 이야기를 곁들인 방송을, 식사가 끝난 뒤에는 먹는 소리만 들려주는 ‘먹방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를 튼다. 그는 “먹방 5년 차다. 가끔 오랜 시청자들끼리 모여 먹방 투어도 한다”며 “먹방은 실질적 허기뿐 아니라 정서적 허기까지 달래준다”고 했다.

먹방은 방송과 유튜브 등 1인 방송 플랫폼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특히 먹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줘 친근한 느낌을 주는 유튜브에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대표는 “먹는 행위에 대한 높은 관심과 1인 가구 증가, 다이어트 열풍, 소확행 트렌드가 겹치면서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먹는 건 가장 본능적인 행위다. 사회가 복잡하고 각박해지면서 생각 없이 즐기기 좋은 먹방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먹방이 변방문화에서 주류문화로 편입한 데는 장르의 다변화도 한몫했다. 초기 먹방 대부분은 특이한 음식을 먹거나 대식에 도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음식을 소재로 할 뿐 내용과 형식이 다 다르다. 다이아 TV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엔 요리법을 알려주는 ‘레시피 먹방’, 하루를 마감하는 형식의 ‘라디오 먹방’, 1인 가구를 위한 ‘혼밥 먹방’ 등으로 다변화됐다. 대식을 자랑하는 밴쯔, 입담을 강조하는 ‘권회훈’, 시골 가족의 밥상을 보여주는 떵개떵, 요리하며 먹는 ‘입짧은햇님’, 부산 음식에 특화된 ‘나름’, 80대 고령의 ‘영원씨’ 등이 대표적이다.

먹방이 보편화되면서 시청 계층도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여성이 즐겨 보던 먹방은 최근 10대부터 50대까지 성별과 관계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이 국내외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비만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올 8월 먹방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론의 강한 반발로 정부는 한발 물러섰지만 비만과 먹방이 관계가 있다는 학계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먹방 글로벌 전략을 세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대표는 “문화권에 따라 오래 관심을 끌 만한 먹방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수익 나눔 등을 통해서 친근함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먹방#한류#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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