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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가벼운 쇼핑과 같은 불안정한 관계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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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가벼운 쇼핑과 같은 불안정한 관계 맺음

조윤경 기자 입력 2018-10-13 03:00수정 2018-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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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김의경 지음/308쪽·1만2000원·민음사
여덟 편의 단편소설에서 눈길이 가는 공간은 가구 전시 매장인 ‘이케아’다. ‘합리적인 가격의 조립식 가구’를 표방하는 이곳을 찾는 주인공들은 셰어하우스에 사는 대학 동기들부터 남편과 사별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노년의 여인까지 하나같이 불안정하다. 이들의 사연은 말 그대로 소설이 설정한 이케아의 특징과 연결된다. 가벼운 주머니로도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중후한 안정감은 없고 아슬아슬하다.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사는 공간을 꾸민다는 것, 함께 사용할 가구를 고른다는 것의 의미는 절대 가벼울 수가 없다. 그러나 환상의 전시 공간을 거닐며 오래가지 않을 가구들을 고르는 인물들은 마치 오래도록 공고할 것 같은 그들 사이의 ‘연대감’을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환상은 결국 어그러지고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결혼을 생략한 채 동거하던 연인은 이케아를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들며 이별한다. 파산 직전의 부부는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제일 먼저 고가의 가구들을 버려야 했다. 가난한 예술가 부부는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예쁜 조명을 구입하지만 정작 낡고 지저분한 집에 어울리질 않는다.

쇼룸이라는 판타지와 작은 소비가 주는 일시적 행복을 가구 매장이라는 공간과 연결시킨 지점이 인상적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혹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소비사회의 현주소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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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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