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아무로 나미에 ‘세기의 은퇴’…“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7일 06시 57분


가수 아무로 나미에.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가수 아무로 나미에.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아무로 나미에(41)가 15일 고향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26년 가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고, 언론은 그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열도는 그에게 ‘세기의 은퇴’를 선물했다.

아무로 나미에의 가수인생은 사실 재기의 반복이었다. 15세에 ‘수퍼몽키즈’란 걸그룹 멤버로 데뷔해 18세에 솔로로 전향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의 패션과 일거수일투족은 그대로 신드롬이 됐다. 20세에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발표하자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하마사키 아유미, 우타다 히카루, 코다쿠미 등이 새로운 여제로 떠올랐다. 아무로 나미에는 흑인음악을 시도했지만, 결혼 4년 만에 이혼하면서 깊은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의 변신이 서서히 통하고, 꾸준히 좋은 노래를 내면서 반등이 시작됐다. 60∼80년대 노래를 재해석하고, 여러 색깔의 가수들과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면서 2000년대 후반엔 완전히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아무로 나미에를 위협하던 가수들은 하나둘 스러져갔다. 화려한 부활을 거둔 이후로는 좋은 아티스트, 좋은 댄서, 좋은 엄마로서 대중의 호감을 얻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0년 이후 TV 활동은 하지 않았고 공연에 집중, 최근 100회 투어 기록도 세웠다. 작년 11월 발표한 베스트 앨범 ‘파이널리’는 230만장이 팔려나갔다.

아무로 나미에는 위기가 올 때면 음악적 변신으로, 또 공연으로 극복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아무로 나미에는 일본에서 10대, 20대, 30대, 40대에 모두 100만 장 앨범을 보유한 유일무이한 가수가 됐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모두 1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것도 일본의 전설적 록밴드 미스터 칠드런 이후 처음이다.

아무로 나미에의 가치와 매력은 섹시한 외모보다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음이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아무로와 같이 파워 넘치는 댄스 음악을 하면서 알파걸 스타일로 인기를 얻은 솔로 여가수는 없다. 한때 이타노 토모미가 거론됐지만, 그의 후계자로 여길 만한 후배도 없다. 그의 존재감은 그만큼 독보적인 것이다.

기자는 아무로 나미에 공연을 두 번 봤다. 2004년 5월 내한공연에서 처음 본 그의 무대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이듬해 크리스마스이브엔 도쿄에서 힙합풍으로 변신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웃나라 가수이지만, 멋있는 그의 퇴장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