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윽!” 악취 전시회에 관객들 ‘즐거운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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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윽!”

‘최강악취’ 코너에서 꼬마들이 비명을 지르며 코를 움켜쥔다. 괴로워 보이는 표정 한켠으론 웃음이 가득하다.

개성적인 악취들을 모은 ‘냄새 전시회’가 일본 규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시에서 열리고 있다. 평소 맡아보기 힘든 냄새들을 맡아보는, 후각으로 즐기는 전시회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시회에서는 일본식 삭힌 생선 ‘구사야’부터 고약한 냄새로 유명한 과일 두리안, 그 악취로 달리는 전철을 세운 적도 있다는 취두부 등 냄새로 유명한 아이템 약 40종이 즐비하다.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나는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청어 통조림 ‘수르 스트리밍’ 앞에선 비명들이 터져 나온다. 이 통조림은 일본의 퀴즈 방송 등에서 벌칙을 줄 때 자주 사용된다.

쟈코(사향), 엠버그리스(향고래의 장 결석) 등 희귀향료들도 자리를 차지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는 벌레 노린재도 있다. 발냄새, 땀냄새 코너에서 관람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가령취(加齡臭·노인냄새)’ 부스에서는 “우리 남편보다 덜하다”고 반응하는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공포스런 도깨비집을 방문한 것처럼 자신과 비슷한 반응을 하는 곁의 사람들과 일체감을 즐기기도 한다.

전시회는 올초 도쿄에서 열려 5만여 명을 동원했고 올 여름에는 시즈오카(靜岡) 홋카이도(北海道), 후쿠오카에서 개최되고 있다. 주말이면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성황이다. 전시회 순서 맨 끝에는 향기가 좋은 각종 상품과 향수 등을 판매해 악취에 시달린 관람객들의 후각을 달래준다.

평소 냄새에 민감해 방향제 탈취제 등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일본에서, 어쩌다 한번 이렇게 고약한 냄새를 맡는 체험은 묘한 해방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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