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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감성 ‘보물창고’ vs 확대지향 미니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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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감성 ‘보물창고’ vs 확대지향 미니백화점

송진흡 기자 , 김범석 특파원 입력 2018-07-14 03:00수정 2018-07-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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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잡화점 ‘삐에로쑈핑’과 日 ‘돈키호테’ 비교분석
8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 삐에로쑈핑에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왼쪽 사진) 삐에로쑈핑에는 곳곳에 ‘유머’ 코드가 녹아 있다.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삐에로쑈핑 매장 직원 모습. 이마트 제공
일요일이었던 이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에 위치한 한 매장 앞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아이돌 사인회나 공짜 선물 나눠주기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인파를 따라 들어가니 공항에서 짐을 싣는 체크인 카운터를 연상케 하는 매장이 나타났다. 매장 입구에는 ‘싸고 좋은 가격에 재미있고 희귀한 물건부터 매일 쓰는 일상용품까지 다양한 용품을 모아둔 어뮤즈먼트 디스카운트 스토어’라는 설명이 담긴 입간판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이마트가 지난달 28일 문을 연 ‘삐에로쑈핑’. 면적은 지하 1층 893m²(약 270평), 지하 2층 1620m²(약 490평) 등 총 2513m²(약 760평)로 4만여 가지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곳이다. 개점 후 하루 평균 1만 명이 방문하며 강남의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연간 8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 잡화점 체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유통매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품 진열이나 고객 동선 처리 방식 등이 돈키호테 매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출범 과정이나 운영 방식은 판이하다. 매장 콘셉트 등 국내 실정에 맞춘 ‘한국화’ 작업도 상당히 이뤄져 있었다.

○ ‘산전수전(山戰水戰)’ vs ‘주도면밀(周到綿密)’

11일 오후 일본 도쿄 주오(中央)구 긴자(銀座).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긴자 한복판에 종합 할인점 돈키호테가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태국어 등 갖가지 언어가 들릴 정도로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두 개 층으로 구성된 긴자점은 식품부터 화장품, 전자제품, 의류 등 ‘미니 백화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갖가지 용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한국 관광객은 “지인들에게 줄 선물이나 내가 필요한 것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한번에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돈키호테는 1989년 창업 이후 단 한 해도 매출이 줄어든 적이 없는 일본 유통업계의 강자다. 버블 경제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에도 매출이 700배, 경상이익은 3600배나 늘었다.

돈키호테가 처음부터 잘나간 것은 아니다. 1989년 3월 도쿄에서 문을 연 1호점은 매상 부진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990년대 말에는 돈키호테 매장과 심야 영업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겪기도 했다. 2004년에는 여러 점포에서 연속적인 방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安田隆夫) 회장이 저서 ‘돈키호테 CEO’에서 “절망적인 생각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야스다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만들었다. 2007년 인수한 슈퍼마켓 체인인 ‘나가사키야’ 매장을 규모가 큰 ‘메가 돈키호테’로 리뉴얼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메가 돈키호테는 4년 가까이 적자를 내다가 2011년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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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각종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면 삐에로쑈핑은 치밀한 사전 준비 끝에 탄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시에 따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매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돈키호테에 대한 시장 조사에 나섰다. 정 부회장도 일본 돈키호테 매장을 직접 찾아가는 등 발품을 팔았다. 담당 직원 100여 명이 수시로 일본을 방문해 삐에로쑈핑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개념도 세웠다.

○ ‘매장 분권’ vs ‘중앙 집중’

돈키호테는 상품 구매는 물론 진열, 판매에 이르기까지 매장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담당 직원에게 위임하고 있다. 본사는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이다. 매장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서야 효과적이라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돈키호테 매장마다 다른 상품 구색을 갖추고 있다. 가격도 점포별로 차이가 있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현재 중앙집중형 관리체제로 운영된다. 상품 구매나 재고 관리 등을 본사가 주도한다. 이마트가 보유한 글로벌 제품 소싱이나 관리 능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다만 상품 진열, 제품 홍보 문구 등 현장 직원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부분은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 유진철 이마트 삐에로쑈핑 브랜드 매니저(BM)는 “장기적으로 매장이 10곳 이상 생기면 현장 직원에게 상품 매입이나 가격 결정 권한까지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 ‘확대 지향’ vs ‘보완재 역할’

돈키호테의 상품 구성은 기존 대형마트와 70% 정도 겹친다. 돈키호테가 대형마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고객이 겹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매장 확충도 공격적이다. 창업 초기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본 전역과 미국 하와이에까지 매장을 세우고 있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상품 구성이 대형마트와 30% 정도만 겹친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이마트는 앞으로 그 비중을 더 낮출 방침이다. 삐에로쑈핑으로 인해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마트는 매장 확충에 대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삐에로쑈핑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다 보면 기존 유통 채널에 간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이마트 측은 “부동산 개업 업체 등에서 집객 효과를 감안해 삐에로쑈핑 입점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지만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점포 확충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삐에로쑈핑을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슈퍼마켓을 보완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조용함’ vs ‘왁자지껄’


돈키호테 매장에 들어서면 상품은 어지럽게 배치돼 있지만 의외로 조용하다. 반면 삐에로쑈핑은 로고송이 계속 나오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삐에로쑈핑의 로고송은 가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9가지 버전으로 편곡해 만든 것으로, 쉴 새 없이 매장에 울려 퍼진다.


삐에로쑈핑에는 다양한 ‘유머 코드’도 녹아 있다. 이름부터 외래어 표기 원칙에서 벗어난 ‘삐에로(피에로)’ ‘쑈핑(쇼핑)’을 썼다. B급 감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매장 입구 바닥에도 ‘제정신일 의무 없음’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쇼핑에 열중하라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종업원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도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고객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쇼핑하라는 메시지이다. 단순한 유니폼을 입고 고객들을 응대하는 돈키호테 종업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송진흡 jinhup@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이마트#삐에로쑈핑#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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