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9일의 와신상담…KT 조근종, 1군 악몽 극복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20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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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구원등판한 KT 위즈 조근종. 사진제공|KT 위즈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구원등판한 KT 위즈 조근종. 사진제공|KT 위즈
악몽 같던 첫 기억을 지우기에 충분한 호투였다. 조근종(29·KT 위즈)이 개인 두 번째이자 699일만의 1군 무대 등판에서 선전했다. 2년 전 첫 등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 뒤 절치부심의 시간을 가졌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T의 사이드암 투수 조근종은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1-5로 뒤진 2회 1사 1·3루에 구원등판, 2.2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KT 선발 금민철은 1회 첫 13구 중 12구가 볼일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결국 조기강판됐다. 만일 조근종이 승계주자에게 실점했다면 경기는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끌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조근종이 한껏 물오른 롯데 타선을 봉쇄했고, 막판까지 추격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다. KT는 조근종이 마운드에서 버티던 3회 1점을 뽑은 뒤 6회 3점으로 5-5 균형을 맞췄다. 뒤이어 9회 강백호의 결승타로 2연승을 달렸다. 조근종의 호투가 승리의 디딤돌이 된 셈이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 초반 내용이 좋지 않았는데 조근종이 분위기를 바꿨다”고 칭찬했다.

청원고~원광대를 졸업한 조근종은 2013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군 전역 후인 2016시즌 종료 후 방출의 아픔을 경험했다. 하지만 2017년 KT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2군 34경기에서 60.1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7홀드2세이브, 평균자책점 5.37을 기록했다. 당시 불펜으로 나섰을 때 기록은 괜찮았기 때문에 1군에도 한 차례 콜업됐다. 그러나 5월 20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에 등판, 2이닝 6피안타(1홈런) 5실점으로 고전한 뒤 1군 말소됐다.

지난해는 한 차례도 1군에 나서지 못한 채 2군 30경기에서 85.1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4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조근종에게 1군은 아득한 기억이자 유쾌하지 못한 추억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신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시즌 시작은 2군에서 맞았지만 7경기에서 15.1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1.76으로 준수한 기록을 냈다. KT 코칭스태프는 18일 그를 1군 콜업했고 하루 만에 기회를 줬다. 그리고 조근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사흘 전인 16일 퓨처스리그 군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등판해 6이닝 79구를 던졌기 때문에 이날 긴 이닝 소화는 어려웠다. 하지만 2.2이닝의 투구는 699일 전 1군 등판의 아픔을 씻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조근종은 “2년 전 아무것도 못 보여주고 끝나서 허무했다.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를 날만 그리며 ‘기회가 온다면 후회 없이 하자’고 다짐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승부를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복기했다. 이어 그는 “내 등판 여부를 떠나 팀이 승리해 기분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도 시즌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팀에 도움되는 것만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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