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8년차’ 베테랑 전미정의 반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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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0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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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 사진제공|KLPGA
전미정. 사진제공|KLPGA
우승과 연장의 갈림길 앞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약 3m 거리의 챔피언 퍼트. 홀 오른쪽 부근으로 반원을 그려나가던 공이 땡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프로 데뷔 18년차 노장의 반전 우승을 결정짓는 환상적인 버디 퍼트였다.

전미정(37)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6년만의 우승을 맛봤다. 전미정은 20일 대만 가오슝 신의 골프클럽(파72·6463야드)에서 열린 대만여자오픈(총상금 80만달러·약 9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12언더파 268타로 정상을 밟았다. 2003년 파라다이스 여자인비테이셔널 이후 16년 만의 KLPGA 투어 우승이다.

● 볼 테스트하러 왔다가 정상 등극

사실 전미정은 이번 대회 출전 여부를 막판까지 고민했다. 아직 동계훈련이 한창인 시점으로 자신의 몸이 완전하게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1년 넘게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터라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미정은 최근 새로 바꾼 골프공을 테스트해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전미정은 최종라운드에서 김아림(24·SBI저축은행)과 짜이페이잉(대만), 김민선5(24·문영그룹)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16만 달러(약 1억8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넣었다. 동시에 대만의 내셔널 타이틀 획득이라는 선물도 안았다.

2002년 프로로 데뷔한 전미정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5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6년 메이지 초콜릿컵 우승 이후 2013년까지 매해 정상을 밟았고, 2017년 요코하마 타이어 골프 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 우승으로 25승 금자탑을 쌓았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2년에는 KLPGA 투어로부터 영구시드(해외 투어 20승 이상 달성 선수에게 부여하는 평생 출전권)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무대에서 남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친 전미정은 그러나 15년 넘게 KLPGA 투어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3년 파라다이스 여자인비테이셔널 정상 등극이 마지막이었다. 그간 간간히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전미정은 이번 대만여자오픈 우승으로 오랜 갈증을 풀어냈다.

전미정. 사진제공|KLPGA
전미정. 사진제공|KLPGA

● 부담감 떨쳐낸 버디 퍼트

우승 경쟁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로 펼쳐졌다.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한 전미정은 동타의 김아림 그리고 2타 뒤진 짜이페이잉과 함께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를 이뤄 자웅을 겨뤘다. 최종라운드 돌입 전까지는 전미정과 김아림의 양강 구도가 유력해보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코스와 핀 위치가 앞선 라운드보다 어렵게 설정되면서 선수들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버디는커녕 파 세이브조차 쉽지 않아지면서 우승권 경쟁자들 가운데 누구도 멀찌감치 앞서가지 못했다.

전미정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7번 홀(파4)까지 파 행진을 계속 이어가던 전미정은 파5 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했고, 9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하며 전반에만 3타를 잃었다. 그 사이 김아림과 짜이페이잉은 각각 이븐파와 1언더파로 선전하며 전미정과의 격차를 벌려나갔다.

위기의식을 느낀 전미정은 후반 들어 달라진 샷 감각을 발휘했다. 파4 11~1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우승권으로 뛰어올랐다.

치열했던 승부의 결과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 가서야 가려졌다. 김민선이 11언더파 277타로 먼저 경기를 마친 뒤 같은 조의 짜이페이잉 역시 18번 홀 버디로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하면서 동타의 전미정을 위협한 상황. 여기서 베테랑의 관록이 빛났다. 버디를 놓치면 부담스러운 연장 승부를 벌여야했던 전미정은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환호했다. 이어 까마득한 후배들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고민 끝에 출전한 이번 대회의 반전 우승이 그렇게 장식됐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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