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 여정 마무리’ 최강희 사단, 다롄으로 수평이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0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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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최강희(60)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와 짧은 동행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다롄 이팡에서 2019시즌을 맞이한다.

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소식통은 20일 “최 감독이 톈진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위약금 등 일부만 남았다. 지금은 국제축구연맹(FIFA) 전문 변호사를 통해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과 한 배를 탔던 박건하·최성용·최은성 골키퍼(GK) 코치 역시 톈진과 관계를 마무리했고 나란히 다롄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최 감독은 지난해 11월 말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과 계약기간 3년, 세후 연봉 500만 달러(약 5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K리그1 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최 감독의 영입 주체가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수유후이 회장 등 취안젠 그룹 임직원 18명이 7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다단계 판매와 탈세 등의 혐의가 적용됐지만 발단은 이 기업에서 제조한 건강보조제를 섭취한 여자 어린이(당시 4세)의 사망 사건이다. 수년 전 암이 발병한 어린이는 약물치료를 택했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취안젠 그룹은 ‘우리 제품으로 완치됐다’는 허위 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악화된 여론에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2015년부터 함께 한 취안젠 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몸집을 줄인 톈진 톈하이는 최 감독과 식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눈엣가시였던 취안젠 그룹 담당자들이 물러나고 패권을 쥔 일부 구단 고위층이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은 사태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선수단 훈련을 묵묵히 지휘하던 최 감독은 아부다비를 떠나 구단을 찾았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항의하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사과는커녕,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았다. 전북에서 함께 한 지우반 피지컬 코치만 남았다. 최 감독의 측근은 “혼란 속에서 최 감독은 ‘날 믿어준 주변 사람, 함께 한 식구들(코칭스태프)을 위해서라도 남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톈진의 행태가 더 서운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축구 사정을 잘 아는 에이전트들은 “계약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국에 많다. 선수를 영입한 뒤 에이전트 피(Fee)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흔하다. 갑자기 권력을 쥔 톈진 고위층 일부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당초 최 감독은 자신과 코칭스태프가 톈진에서 겪은 사태를 알리고 중국 매체들의 추측성 보도로 점차 확대되는 오해를 정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항간에 떠돈 소문처럼 병원치료나 입원을 한 건 아니다. 다만 결별 과정을 긍정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잡음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오히려 톈진이 최 감독의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로도 부족해 임시 감독 선임까지 발표하며 최강희 사단의 다롄행 명분을 키워줬다. 수평이동이 결정된 코치진은 아부다비에서 톈진으로 왔다가 하루 만에 신변 정리를 한 뒤 최 감독의 출국(20일)보다 이틀 빠른 18일 다롄 선수단의 동계전지훈련지 스페인 말라가로 이동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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