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을 흥미롭게 만든 장면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1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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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에 처음 도입 된 VAR.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에 처음 도입 된 VAR.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2일간 전 세계가 작은 축구공 하나에 희로애락을 담아 함께 뛴 성대한 축제가 막을 내렸다. 환희와 절망, 감동과 증오가 씨줄과 날줄로 교차한 시간이지만, 이제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게 됐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장면들을 모아봤다.


● VAR을 ‘재심’하라!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프랑스-크로아티아의 결승전 전반 38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페널티킥 골까지 포함해 비디오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러시아월드컵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종의 ‘즉석재심’ 제도인 VAR은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 처음 도입돼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일정 수준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심에게만 부여된 VAR 실시권한은 ‘일관성’과 ‘형평성’이라는 새로운 논쟁을 낳았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해리 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금세 세력 잃은 ‘허리케인’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52년만의 결승 진출과 우승 희망에 들떴으나, 준결승에서 크로아티아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5골을 터트린 득점왕 해리 케인의 침묵이 아쉬웠다. 케인은 이번 대회에서 총 6골을 넣었는데 필드골은 3개에 그쳤다. 그나마 그 중 한 골도 동료의 슛이 뒤꿈치에 맞고 상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파나마전 ‘강제 해트트릭’). 16강 콜롬비아전에서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보탰을 뿐, 8강전부터 3·4위전까지 3경기에선 헛심만 썼다.

● 아르헨티나의 내분과 스타들의 조기 퇴장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멈춰 섰다. 리오넬 메시 또한 1골·2도움의 초라한 성적으로 자신의 3번째 월드컵을 마쳤다.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대회 내내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과 불화를 빚었다. 선수기용을 놓고도 감독을 불신했다. 삼파올리 감독은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메시뿐 아니라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 브라질의 네이마르 역시 결승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 PSG ‘직장동료’의 ‘액션스쿨’ 공동설립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는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역대 세계축구 이적료 1·2위로 함께 파리 생제르맹(PSG) 유니폼을 입었다. PSG ‘직장동료’인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구설에 올랐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와의 16강전 도중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크게 다친 듯 데굴데굴 굴러 눈총을 샀고, 음바페는 8강 우루과이전과 4강 벨기에전에서 엄살과 시간 끌기로 비난을 샀다. PSG도 졸지에 ‘액션스쿨’로 둔갑했다.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불청객이 된 VIP 마라도나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와 브라질의 펠레는 20세기 세계축구의 양대 아이콘이다. 그러나 은퇴 이후 행적에서 두 스타는 큰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특히 마라도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찾아서도 기행과 악담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동양인을 비하하는가 하면 과도한 애정행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급기야 심판 판정에도 토를 달았다가 FIFA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일그러진 영웅이다.

● 골키퍼 수난시대

아르헨티나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는 6월 22일 크로아티아와의 D조 2차전 후반 8분 끔찍한 실수를 범했다. 안일한 볼 처리로 안테 레비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 실점이 빌미가 돼 0-3으로 완패한 아르헨티나는 자칫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뻔했다. 카바예로는 프랑스와의 16강전까지 다음 2경기에 모두 결장했다. 우승국 프랑스의 수문장 위고 로리스 역시 16일 결승전 후반 24분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볼을 빼앗겨 실점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프랑스-크로아티아 결승전에 난입한 푸시 라이엇 멤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 프랑스-크로아티아 결승전에 난입한 푸시 라이엇 멤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결승전 망친 푸시 라이엇

프랑스-크로아티아의 결승전 후반 7분 경찰 복장을 한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반체제 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권탄압과 비민주적 통치에 저항하는 활동을 펼치다 2012년 이미 한 차례 체포와 구금을 당한 바 있다. 후진적인 러시아의 정치상황이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행사였기에 푸시 라이엇의 행위 또한 정당화될 순 없다.

● 패배에도 굴하지 않은 열정

아이슬란드와 파나마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결과는 모두 낙방. 그러나 이들의 도전정신만큼은 숭고했다. 특히 G조의 파나마는 6월 24일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잉글랜드에 소나기 골을 허용한 채 1-6으로 대패했지만, 0-6으로 뒤진 후반 33분 펠리페 발로이의 만회골이 터지자 마치 승자인 듯 열광했다. 파나마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이었다.

2018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독일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독일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디펜딩 챔피언 일찍 귀가시킨 한국

주요 외신들은 한국,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속한 F조에서 독일과 멕시코의 동반 16강행을 점쳤다. 결과는 크게 어긋났다. FIFA 랭킹 1위 독일이 최종전에서 한국에 0-2로 덜미를 잡혀 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디펜딩 챔피언의 조별리그 통과 실패다. 스웨덴과 멕시코가 조 1·2위로 생존했다. 6월 27일 카잔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손흥민의 연속골로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최대이변을 낳았다.

● ‘공 돌리기’로 퇴색된 일본의 선전

일본은 2002한·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다시 16강에 올랐다. H조에서 1위 콜롬비아(2승1패)에 이어 2위(1승1무1패)로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벨기에와 맞붙은 16강전에서도 후반 초반 내리 2골을 뽑아 사상 첫 8강행 희망에 부풀었으나 거짓말 같은 2-3 역전패를 당했다. 일본 특유의 패스축구, 이른바 ‘스시타카’가 빛났다. 그러나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0-1 패) 막판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치려다 역풍에 휩싸였다. 후방에서 의미 없는 공 돌리기로 일관해 전 세계의 야유를 받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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