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두환, 5·18 과오 용서 구할 마지막 기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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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11일 법정에 선다. 전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서는 건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은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39년간 줄곧 사과 요구를 받으면서도, 전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느냐”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를 꺾고 발포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며 자신은 5·18민주화운동과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회고록에서는 자신이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뻔뻔한 주장을 폈다.

공수부대를 광주에 투입해 숱한 사상자를 낸 5·18민주화운동의 가해자가 전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신군부라는 점은 논증이 필요치 않은 엄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5·18민주화운동을 ‘무장폭도들의 난동’으로 규정하고 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다. 그 같은 5·18민주화운동 폄훼의 잔재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광주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의 망언으로 이어지며, 지금까지도 희생자와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금남로를 피로 물들이며 저항했던 광주의 젊은이들은 이미 노인이 됐고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다. 구순을 앞둔 전 전 대통령에게 광주 법정 출석은 5·18희생자와 광주, 국민 앞에 참회할 마지막 기회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사의 피해자 앞에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두환#5·18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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