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강성휘]국토부 항공행정 이래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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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산업1부 기자
강성휘 산업1부 기자
이토록 허술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의 항공면허 행정 실태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국토부 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건 담당 공무원들의 대를 이은 허술함이다. 국토부가 외국인 임원을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던 항공사에 면허를 내준 건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네 번이다. 에어인천에 발급해 준 신규면허(2012년 3월)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임원이던 시절 진에어에 발급한 변경면허 3건(2013년 2월, 10월, 2016년 2월) 등이다. 이때 심사를 담당했던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은 세 명이다. 면허 신규 발급이나 변경 건은 아니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임원 불법 고용을 포함하면 관리감독 소홀은 5건이다.

서로 다른 담당자들이 똑같은 실수를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 건 더 납득하기 힘들다. A 과장은 2012년 3월 에어인천과 2013년 2월 진에어의 면허 심사를 승인하는 등 외국인 임원이 있는 서로 다른 항공사에 면허를 줬다. B 주무관 역시 2013년 당시 두 차례 진에어의 변경면허 심사 업무를 봤다.

이들도 할 말은 있는 듯하다. 변경면허 심사 때는 대표이사나 사업 범위 등 변경되는 내용만 살펴보면 된다는 법제처와 대법원의 판례를 방패로 삼는다. 한 국토부 당국자는 “등기부등본 뒤쪽 페이지에 있는 임원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국토부의 허술함을 모두 설명하진 못한다. 에어인천이 2012년 발급받은 면허는 모든 임원의 국적을 확인한 뒤 내줘야 하는 신규면허였다. 임원 명단을 꼼꼼히 살피기 힘들다는 변명도 민망하긴 마찬가지다. 조 전 전무 이름인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는 진에어 변경면허 심사 당시 등기부등본상 임원 명단 가장 첫 페이지에 있었다.

상황 수습 과정도 중구난방이다. 김정렬 국토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2012년 이후 항공사 전체 면허 관리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진에어처럼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2주도 안 돼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인천이 외국인 임원을 불법 고용했으며 국토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어인천은 김 차관이 기준으로 삼은 2012년 신규면허를 받았다.

이후로도 국토부는 명확한 해명 대신 말을 바꾸며 사안을 덮으려 했다. 아시아나항공 건이 알려진 뒤 국토부는 “두 항공사 외에 외국인 임원을 불법 고용한 항공사는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에어인천 건이 터져 나오자 “다른 두 항공사와 함께 에어인천도 법무법인 자문 대상에 포함했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감사를 통해 국토부의 항공 행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과장 이삿짐을 항공사 직원들이 옮길 정도로 유착관계가 명확한데 국토부 내부 감사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강성휘 산업1부 기자 yolo@donga.com
#국토교통부#항공면허 행정 실태#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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