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예비군 훈련 거부는 무죄”…‘개인의 신념’ 인정 첫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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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9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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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종교적 양심’ 외에 비폭력·평화주의 등 ‘개인의 신념’을 양심으로 인정한 첫 판례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2013년 2월 제대한 A씨는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 수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뒤 하급심에서 100여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모두 여호와의증인과 종교적 양심을 근거로 내린 무죄 선고였다.

이번 선고에서 재판부는 A씨의 예비군훈련 거부가 종교적 양심과의 별개의 개인의 신념이지만 이 또한 양심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A씨는 군 제대 후 2016~2018년 10여차례 걸쳐 예비군·동원훈련에 불참했다.

검찰은 A씨가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입영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다는 병역법 위반을 법리적 근거로 내놓았다.

그러나 A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정당한 사유”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가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점, 이른 바 양심의 배경을 주목했다.

A씨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A씨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훈련을 거부한 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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