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OPEC 해체’에 대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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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9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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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시나리오…경쟁 vs 유가 안정화 노력”
사우디 정부 관계자 “OPEC에 대한 재논의 중”

지난 60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장악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해체에 따른 세계 원유시장 영향을 연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압둘라 국왕 석유연구조사센터(Kapsarc)가 진행 중인 이번 연구는 OPEC 해체에 따른 중·단기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싱크탱크는 OPEC 해체 이후 나타날 영향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사우디를 포함해 대형 산유국들이 서로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우디만이 안정적인 국제 유가를 위해 수요와 공급 균형에 힘쓰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는 미국의 비판과 투자자들의 이탈 등 사우디 정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OPEC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여기에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도 사우디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OPEC을 불법 단체로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NOPEC’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지난 미 행정부 사이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법안이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싱크탱크의 소장 아담 시에민스키는 “이번 연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는 무관하며 연구 주제 또한 연구원들이 평소 관심을 두고 연구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연구가 사우디 정부 내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 OPEC에 대한 재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는 원유에 대한 수요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OPEC 이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 내에서 OPEC 해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OPEC의 장기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는 고위 관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이러한 의문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와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하는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 OPEC 산유국들은 2년 전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산유량을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산유국들은 합의 과정에서 소외당했다며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

또한 WSJ은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도 최근 OPEC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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