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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에 택시 손님 뚝… 사납금 채우려 주119시간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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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에 택시 손님 뚝… 사납금 채우려 주119시간 운전”

이지훈 기자 , 박희영 인턴기자입력 2018-07-13 03:00수정 2018-07-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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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초과근무’ 나선 택시기사들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손님 줄었는데 사납금은 그대로니 별수 있겠어요? 일을 더 하는 수밖에….”

11일 만난 9년 차 택시운전사 이용준 씨(63)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출퇴근 시간이 조절되고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새벽과 야간 손님이 모두 감소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30명이던 손님은 이젠 20명을 넘지 못한다. 30%가량 손님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사납금은 하루 17만 원 그대로여서 택시를 모는 시간만 되레 늘었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이 씨는 “하루 17시간씩 일할 때도 있다. 보통 일주일에 6일 일하는데 사납금을 못 채우는 주엔 일요일에도 일한다”고 전했다. 이 경우 한 주에 119시간을 일하는 셈이 돼 주 52시간의 배가 넘게 된다. 과로를 해도 이 씨가 손에 쥐는 월급은 110만 원 남짓. 지난달에는 117만 원을 벌었다.

○ 택시운전사들, ‘자발적 초과 운행’

주 52시간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택시운전사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택시운송업은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일 뿐 아니라 운전사들은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초과근무에 나서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만난 10여 명의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이번 달부터 손님은 줄어든 반면 사납금은 그대로여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택시업계엔 독이 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법인택시운전사 조기영 씨(61)는 “다들 야간 손님 줄었다고 난리다. 밤에 출근하면 사납금 빼고 하루 4만, 5만 원은 벌었는데 이젠 2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운전사 김광주 씨(71)는 “주 52시간 도입 전에는 오전 6시에도 출근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요즘은 7시 30분은 돼야 첫 손님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열악한 건 개인택시도 마찬가지다. 매일 오전 3시에 출근한다는 개인택시 운전사 김모 씨(64)는 “하루 10시간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주 52시간 일했다간 밥값도 못 번다”고 말했다. 주당 70시간 일하는 김 씨가 한 달 손에 쥐는 돈은 130만 원가량이다.

○ 생존 위해 ‘골라 태우기’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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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해진 업계 상황은 ‘승차 거부’ ‘골라 태우기’를 유발한다. 택시 이용객의 불만은 극에 달하지만 사납금을 채우고 100만 원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운전사들은 장거리 손님 위주로 골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법규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만 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1년 차 법인택시 운전사 김모 씨(66)는 “하루 12시간씩 정말 열심히 일해도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을 겨우 넘는다. 1, 2시간이라도 빨리 퇴근해 눈 붙이려면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게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택시 이용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운전사들을 비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택시운전사의 58%는 60대 이상이다. 전체 평균 연령대는 60, 70대로 추정된다. 대부분 퇴직 후 별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한 ‘취업 노약자’여서 업계 불황에도 운전사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

유모 씨(59)는 3개월 전 허리 수술을 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유 씨는 “아직 시집 안 간 20대 딸이 2명이나 있어 쉴 수가 없다”며 “하루 12시간 쉬지 않고 달리고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생활비를 겨우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주52시간#택시 손님#사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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