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경제]“본사 배만 불렸다”…집단행동 나선 bhc 치킨 가맹점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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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 최고 영업이익을 낸 bhc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23일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연 bhc 가맹점주들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bhc가 매각된 후 가맹점은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데 반해 본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bhc 가맹점 협의회의 대화 요구가 있으면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단행동에 나선 가맹점주들은 800여 곳으로 전체 bhc 가맹점(1430개)의 60%나 된다. 이들은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를 설립하고 본사를 향해 “주요 공급품의 원가를 내리고 원가 내역, 품목별 마진율을 다음달까지 공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가맹점주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 bhc의 영업이익률이 나머지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며 “이는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품목의 원가가 경쟁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착취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hc는 지난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6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경쟁사인 교촌치킨과 BBQ의 영업이익은 200억 원대다. bhc의 매출은 2391억 원으로 1위 업체 교촌치킨(3188억 원)보다 작았지만 27%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는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낸 데는 치킨의 원료가 되는 닭과 기름을 본사가 비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맹점 협의회 측은 2012년 1㎏당 1437원이던 해바라기유 가격이 지난해 6월 908원까지 하락했으나 가맹점 공급가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닭고기 값도 경쟁사에 비해 1000원 이상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맹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본사 측은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계열사를 설립해 중간 마진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산시키지만 우리는 본사가 공급과 유통을 모두 관리해 판관비 등을 줄이고 투명하게 경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bhc 관계자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해바라기유와 가격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며, 닭고기 값도 시세에 맞게 유동적인 금액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는 (공급원가 보다) 인건비, 임대료, 배달 수수료 등이 인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는 bhc를 소유한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bhc는 2013년 BBQ에서 분리돼 미국계 사모펀드 더로하틴그룹(TRG) 산하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hc는 배당금으로 FSA에 84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들은 ”점주의 노동 대가를 외국계 자본의 배당과 영업이익으로 빼가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bhc 측은 ”배당금은 로하틴그룹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사내 유보금으로 재투자에 사용할 비용“이라며 ”가맹점에 향후 3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상생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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