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퇴짜’ 文대통령에 전문가들 “국민연금 개혁 의지 있나?”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1일 09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을 이유로 국민연금 정부안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국민연금 부과방식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신임 사회수석비서관으로 지명하면서 국민연금 문제는 이제 기존과는 전혀 다른 틀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을 어느 정도 할 것이냐가 그동안 핵심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김 수석이 부과방식 전환 등에 초점을 맞춰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수석은 최근 들어 현재 국민연금 부분적립방식 제도를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적립금 형태로 쌓아두고 여기에서 연금을 돌려주는 대신, 매년 지급할 연금액을 그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충당하는 식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은 보험료율 인상안은 물론,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안까지 대통령이 수정·보완을 요구한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노후소득을 보장할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제4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적립기금 없이 매년 보험료 수입만으로 제도를 운용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인 비용률은 2020년 5.2%, 2030년 9.0% 등으로 현재 수준보다 낮거나 같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불안정한 인구구조상 제도 안착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은퇴 후 연금을 받게 될 현재 세대는 고령화로 늘어나는 반면, 부과방식 전환시 이를 부담해야 할 미래 세대는 저출산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11일 “예상되는 급여액만큼 부담하는 부과방식을 하는 이유는 세대간 인구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가능하다”며 “노인 인구 비율이 서구 국가들은 많이 가봐야 25%인 반면 우리나라는 2060년이면 41.0%까지 오르고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올해 1.0명도 깨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일부를 세금 등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한 해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 11조원(2019년 정부 예산안 11조4952억원)을 보험료가 아닌 세금으로 거두고 있다”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등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비용률은 2040년 14.9%, 2050년 20.8% 등으로 오르고 기금이 소진된 이후인 2060년부턴 26.8% 등으로 오른 뒤 28~29%대를 유지하게 된다.

급격한 비용률 인상은 미래세대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연금 제도 도입이 오래된 국가들에선 부과방식으로 가지만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오 위원장은 “앞세대에서 9%였던 보험료율이 26.8%로 올랐을 때 미래세대가 이를 수용할 거라 가정하는 건 우리 세대의 욕심”이라며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미래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우리 세대가 해야 할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연금 개혁에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대통령이 그 카드를 제외해 버리면 알맹이가 빠지는 셈이라 연금 개혁 방안을 짜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연금 개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면 국민과 대화할 때 현재 연금 재정 상황 등을 솔직히 공개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를 얘기할 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례를 많이 드는데 OECD 회원국 중 공적연금에 의무가입하는 22개 국가 보험료율이 평균 15.4%라거나 100년 전부터 시행해온 국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금을 운용하는지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국민들에게 개혁 방안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대화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만 물어본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둘러싼 모든 내용을 포함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100% 만족하는 안까진 아니더라도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지금 연금 개혁 논의에서 정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건 대통령의 연금 인식”이라며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40% 대체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요청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처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이번 연금개혁에 담는다면 보험료율의 인상 폭은 더욱 커진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