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앞세워 ‘비핵화 빅딜’ 살리기… 비용 최소 103조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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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비용 논란]文대통령 “경협 떠맡을 각오” 발언 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경협 비용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남북 경협을 ‘비핵화 빅딜’을 위한 불쏘시개로 써달라고 한 것은 ‘돈 걱정 말고 비핵화 성과를 내달라’고 요청한 셈.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패를 보기도 전에 “한국이 돈을 내겠다”고 성급히 국제사회에 선언한 것인 만큼 남남 갈등은 물론이고 남북 경협에 대한 워싱턴 일각의 과속 우려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남북 경협 비용 최소 103조 원

문 대통령이 부담하겠다고 밝힌 남북 경협 비용은 조사 기관마다 서로 다르지만 국회는 100조 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관련 사업 전망’ 자료에 따르면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 남북 경협 10개 분야에 들어갈 비용이 최소 103조2008억 원에서 최대 111조4660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 철도 연결 등 총 3308km의 철도망 건설에 총 19조1196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지역 도로 연장과 도로 현대화 등 도로 사업엔 총 22조9278억 원, 나진항 등 북한 주요 항만시설 현대화엔 1조418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계산됐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지난해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올해분 경협 비용을 4712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1년짜리 경협 비용 추계만 제출했다”며 반발해 비준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경협 비용 부담과 관련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북이 구체적인 사업 검토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소요 비용을 단정 짓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토지수용비가 발생하지 않고 북한 내부 자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철도, 산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남북 경협에 대한 워싱턴 여론은 여전히 싸늘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을 활용해 달라” “떠맡겠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상응 조치로 현재는 남북 경협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논의를 지탱해 온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당장 해제할 수는 없고, 미국의 독자제재 또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해 풀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의회는 14일 북한 정권에 대한 재정 지원을 모두 금지하는 2019년 예산지출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미국이 직접 줄 수 있는 딱 부러진 보상 카드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북 경협 과속 가능성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는 여전하다. 대니얼 프리드 전 국무부 제재담당조정관은 19일 워싱턴 애틀랜틱카운슬 토론회에서 “한국은 남북 경협사업을 선의와 정직으로 추진했지만 북한은 이를 이용만 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남북경협#비핵화#2차 북미 정상회담#빅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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