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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황태호]SK하이닉스를 짝사랑만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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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황태호]SK하이닉스를 짝사랑만 할건가?

황태호 산업1부 기자 입력 2019-02-08 03:00수정 2019-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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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호 산업1부 기자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120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핵심 투자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5개 도시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뻐하기는커녕 구애인지 협박인지 모를 지자체의 유치 공세에 오히려 냉가슴만 앓고 있다. 최근 제2 본사와 신공장 입지를 각각 결정한 미국 아마존과 대만 TSMC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 지자체의 기업 유치 방식은 너무 대조적이다.

아마존은 2017년 9월 제2 본사를 짓기로 하고 13개월에 걸친 입지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유치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238개 도시가 뛰어들었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는 85억 달러(약 9조5200억 원)의 통 큰 지원금을 제안하며 인센티브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아마존은 마치 토너먼트 경기를 하듯 도시를 탈락시키며 20개의 후보지를 추려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의 최종 낙점을 받은 곳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 두 곳. 경쟁 도시에 비해 비교적 ‘약소’한 25억 달러와 3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각각 제시했지만 아마존은 “경제적 인센티브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최고의 인재 확보 가능성”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6년 12월 2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는 넉 달 동안 미국 서부와 대만 난커공업단지 두 곳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다. 미 서부에는 인텔 퀄컴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밀집해있다. 결국 대만을 택한 건, 기존 생산설비와의 시너지와 함께 대만 정부의 끈질긴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대만 정부는 기업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행정원장(국무총리)이 직접 챙기며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에 나선 도시는 경기 용인시와 이천시,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 경북 구미시 등이다. 이들 지자체는 “반드시 우리 지역에 와야 한다”고 강변한다. 천안이 지역구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성명서의 일부다. “SK하이닉스 천안 유치는 68만 천안 시민의 삶이 바뀌는 일자리 창출이자 경제 도약이다. … 균형 발전이라는 국민의 명령에 응답해야 한다.” 장세용 구미시장의 성명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날로 침체하는 대구와 경북 전체 경제 회생을 위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에 23개 시군과 270만 도민이 함께해 달라.” 다들 이런 식이다. 파격적인 지원금 등 인센티브 경쟁은 없다. 해당 지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적합하다는 설득도 없다. 오히려 지역 표심을 자극해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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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는 대구·구미 지역 여야 의원들이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를 불러 유치 가능성을 물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기업을 찾아 지역 입지의 이점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산업을 대하는 한국의 실상이다.
 
황태호 산업1부 기자 taeho@donga.com
#sk하이닉스#신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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