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전과 있는 정신질환자 범죄 징후땐 강제입원
더보기

전과 있는 정신질환자 범죄 징후땐 강제입원

조동주 기자 , 강은지 기자 , 이지훈 기자 , 김은지 기자입력 2019-01-03 03:00수정 2019-01-03 09:56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경찰, 예방 위해 적극 대처하기로… 병원 난동 방지 ‘임세원법’ 추진도
의사 살해 정신질환자 구속 수감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2일 오후 종로경찰서에서 서울 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피의자처럼 강력범죄의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가 과거 난동행위 등으로 112에 신고됐거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경찰이 강제 입원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112 신고가 접수된 정신질환자에 대해 강제 입원 절차를 밟는 기준을 정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개선했다고 2일 밝혔다. 개선 매뉴얼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과거 진단·치료와 112 신고·처벌 전력, 치료 중단과 흉기 소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강제 입원 진행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그동안 정신질환자가 난동을 부려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눈에 띄는 이상 징후가 없으면 치료 절차 없이 사건을 종결해 추가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강제 입원 여부 판단 시 적용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 보니 인권침해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일명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범죄징후 보여도 손 못써… 가벼운 난동 방치했다 참극 되풀이

경찰, 정신질환자 ‘예방적 강제입원’
처벌-치료전력 등 위험성 판단해 입원 대상자 선정, 더 큰 범죄 막아
인권침해 우려없게 의사동의 거쳐



정신질환을 앓던 김모 씨(25)는 지난해 1월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흉기로 누나를 찌르려 했다.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말리는 틈을 타 누나는 간신히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김 씨가 안정을 되찾았고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정신건강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라’고만 한 뒤 돌아갔다. 김 씨는 2017년 10월부터 지역 정신건강센터에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상태는 더 악화돼 갔다. 누나를 흉기로 위협한 두 달 뒤 김 씨는 침대를 부수는 자신을 나무라는 아버지와 누나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 정신질환자 강력범죄 60건 중 22건 재범

관련기사

경찰은 112 신고가 접수된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해 응급·행정입원 등의 강제 입원 절차를 밟을지 판단하는 매뉴얼을 개정하면 범죄 징후가 뚜렷한데도 실제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손을 쓰지 못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이 2014년 이후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6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강력범죄 전과자의 재범이 22건(37%)이었다. 범행 전 망상과 환청을 호소하거나 난동을 피운 경우가 16건(27%)이었고 범행 전 치료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경우(6건)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범죄를 통해 예후를 보였지만 강제 입원 등의 치료 조치가 없어 더 큰 강력범죄로 이어졌다. 2017년 4월 서울 영등포 거리를 지나는 군인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찌른 최모 씨(59)는 사건 전날 다른 군인을 폭행했다가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 그는 전과 10범이었지만 강제 입원 치료는 없었다.

경찰은 이전과 달리 112 신고와 처벌 전력, 병원 치료 전력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강제 입원 대상을 가려내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직접 강제 입원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의사의 동의와 정신의료기관의 판단을 거치기 때문에 인권 침해의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재범 징후 명백해도 병원이 입원 거부해 어려움”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과 입원 연장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찰과 의사가 판단했을 때 이뤄진다. 고위험 정신질환자라고 판단되면 경찰이 병원으로 데려가고 의사가 동의하면 정신의료기관에 의뢰해 최대 3일 동안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이후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 동의가 없어도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데려가도 병원에서 ‘외상부터 치료하고 오라’ ‘입원실에 자리가 없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입원을 거부해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강제 입원 절차가 복잡한 데다 강제 입원을 시키더라도 본인이나 보호자의 이의 제기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고 치료비를 못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병원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재범 징후가 명백한 환자도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하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 씨(30)는 2017년 중순 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등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1년 반 동안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의 장례는 강북삼성병원장으로 4일 치러진다.

조동주 djc@donga.com·강은지·이지훈·김은지 기자
#임세원법#정신질환자#정신질환자 범죄#강제입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포토·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