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접근성 더 좋은 ‘3기 신도시’ 조성 소식에…2기 주민들 ‘화들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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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공식화하자 김포 한강, 파주 운정, 평택 고덕국제화 등 그동안 성남 판교, 광교 등 다른 2기 신도시에 비해 ‘입지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으로 인한 난개발과 무리한 분양가 규제에 따른 ‘로또 분양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의 대대적인 허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이 5건 넘게 게시됐다. 자신을 파주 운정 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자는 “2기 신도시의 ‘주택공급 폭탄’ 때문에 이미 운정신도시 지역주민 상당수가 ‘하우스 푸어’”라며 “만약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3기 신도시가 만들어진다면 이미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2기 신도시를 분양받을 사람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청원에는 1300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400여 명이 찬성한 다른 국민청원에도 “대중교통 등 2기 신도시의 교통 인프라만 잘 구축해도 서울 집값이 잡힐 것”이라며 “정부가 우선 벌여놓은 신도시 사업부터 마무리하고 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 화들짝 놀란 2기 신도시 주민들

2기 신도시는 총 12곳(수도권 10곳)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사업 기간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23년까지로 아직 분양할 물량이 남아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에 올해 안에 주택 2만 여 채가 신규 분양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내년 이후 분양 예정 물량과 기존 미분양 물량을 합치면 20만 여 채가 대기 상태이다.

만약 정부가 3기 신도시 4, 5곳을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조성해 아파트 20만 채 가량을 공급한다면 당장 하반기(7~12월) 분양부터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2기 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운정신도시가 포함된 파주 지역 집값은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기준 9월 4주까지 17주 연속 하락했다. 올 초 대비 아파트 가격도 2% 떨어졌다. 김포(―0.15%), 평택(―5.80%) 등 다른 2기 신도시 지역도 비슷한 가격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위치한 H부동산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공급이 많아 집값이 정체된 상황에서, 서울에 더 가까운 신도시가 또 생긴다니 주민들의 집값 하락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2기 신도시 뿐 아니라 정부가 이미 발표한 택지개발 예정 지방자치단체도 정부 차원의 개발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광명시는 “국토부가 광명 하안2지구를 신규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것은 지방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21일 광명 하안2, 의왕 청계2, 성남 신촌, 시흥 하중, 의정부 우정 등 5곳을 신규 공공택지로 신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천시, 안산시 등은 택지개발 정보가 사전 유출되자 공개적으로 ‘개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과밀개발에 환경훼손 우려도

3기 신도시가 과밀 개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1기 신도시 건설 이후 자족성 부족, 환경 훼손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이후 신도시 건설에선 중저밀도 개발에 자족성을 우선으로 하는 신도시 개발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2기 신도시는 인구 밀도를 1기 신도시(230인/㏊)의 절반 수준 이하(110인/㏊)로 낮췄다. 면적 대비 인구 밀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은 그만큼 녹지 등을 많이 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서울도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만큼 이런 식의 저밀도 개발이 비경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3기 신도시에 충분한 임대주택을 짓기 어렵고, 무리한 분양가 규제 시 ‘로또 분양’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기 신도시에선 전체 주택의 13%만 임대주택으로 건설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했다. 특히 분당신도시의 경우 임대주택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2기 신도시에선 임대주택 물량을 4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건설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서울에서 먼 곳에 위치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보다 서울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만큼 땅값이 건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 현재 국토부는 현재 30만 채 전체에 대해 공공주택 위주로 공급하되 35%를 공공임대로 배정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만 임대와 분양물량 비율은 지역별 주택수요에 따라 지자체와 협의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수도권 그린벨트 훼손에 따른 반발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지역에 위치한 330만㎡(100만평) 이상 규모의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2만 채)과 경기도(18만 채)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대부분 그린벨트 지역에 해당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일산신도시(15.8㎢)보다 조금 더 큰 16.5㎢가 그린벨트에서 풀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은 전무했다”며 “현재 방식대로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면 난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한결같이 서울 도심 재건축 재개발을 대폭 허용할 것을 주문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집값 상승은 서울이라는 지역에 대한 수요에서 비롯됐다”며 “서울 이외 지역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수요인만큼 재개발 재건축을 대대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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