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동력”… 핵은 北美문제라는 입장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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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 메시지

국가기록특별전 관람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이 끝난 뒤 부대행사장에 마련된 국가기록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뒤를 따르며 문 
대통령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기록특별전 관람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이 끝난 뒤 부대행사장에 마련된 국가기록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뒤를 따르며 문 대통령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잇달아 남북관계의 과속을 견제하고 나선 데 대한 공개 메시지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서로 선순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협력을 고리로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남북 협력에 대한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넘어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면서 워싱턴은 더욱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한반도 주인론’까지 들고 나온 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가량 남겨두고 열린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서 청와대는 ‘평화’를 뚜렷하게 강조했다. 경축식의 무대가 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계단을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꾸미고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된 ‘평화’라는 단어를 곳곳에 새겨 넣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짙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이날 원고지 30장 분량의 연설문에서 평화를 21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북핵은 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전되는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축사 영어본에도 부수적 효과가 ‘by-effects’라고 명기되어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속도에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는 ‘종속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주인론’을 강조한 것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가 판문점 실무접촉에 나서는 등 비핵화 협상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판문점선언의 초심으로 돌아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좁아진 외교적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를 직접 꼼꼼히 살피며 ‘한반도 주인론’ 등을 반영해 경축사 원고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미 평화와 번영 약속 지켜야”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밝힌 것.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북-미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 간에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대략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를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국이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진전은 안 된다”며 잇달아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나선 ‘한반도 주인론’이 한미 공조에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문제를 놓고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대북제재 이탈을 우려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식 후 국가기록특별전을 찾아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별도의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재연한 포토존에 앉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도보다리 모형 등) 여기 전시된 기록물들을 국민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은 뒤 “공개가 가능한 부분은 도록을 만들어 배포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남북관계#비핵화#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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