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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가시밭길을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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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가시밭길을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

신치영 경제부장 입력 2018-08-08 03:00수정 2018-08-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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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과감한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규제 혁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날 발언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을 둘러싼 ‘투자 구걸’ 논란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사이 한 진보 성향 신문의 보도로 촉발된 이번 일을 문 대통령이 어떻게 정리할지 나는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향방까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일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규제 혁신을 강조하는 걸 보고 문 대통령이 ‘투자 구걸’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행간으로 읽혔다.

규제 완화를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규정해온 진보 진영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데 대해 불만을 쌓아 왔다. ‘투자 구걸’ 주장은 이념적 선명성을 유지하려는 일부 세력의 집단적 불만이 투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문 대통령이 진정 규제 혁파를 완수하려 한다면 진짜 힘겨루기는 지금부터다. 각종 규제로 이익을 보고 있는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기득권층의 저항은 이념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현실적이다. 밥그릇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규제 개혁이 안 되는 사례는 주변에 널려 있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을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는 붉은 머리띠를 매고 거리로 뛰쳐나온 약사들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된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널리 보편화돼 있는 원격의료는 의사들의 저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안경의 온라인 판매는 안경사들의 반발로 지금껏 금지돼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은 승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더 들자면 한이 없다.

과거 정부가 규제 혁신을 외치면서도 모두 실패한 건 기득권층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장관들이 현장을 뛰어다녀야 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꽃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고, 이름도 다 기억하기 힘든 온갖 장려금에 수조 원씩 예산을 배정했다. 모두 수혜자들의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규제 혁파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반발은 거셀 것이고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기득권의 저항은 더욱 조직화되고 노골화될 것이다. 기득권의 표에 눈먼 정치인들은 이들의 강력한 후원자다.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기득권 세력과 손잡는 정치인들이 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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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파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다면 전봇대를 뽑지 못한 이명박 정부와 손톱 밑 가시를 빼지 못한 박근혜 정부와 달리,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가시밭길을 걸을 준비가 진정 돼 있는가. 문 대통령에게 응원을 보낸다.
 
신치영 경제부장 higgledy@donga.com
#문재인 대통령#규제 혁신#경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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