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횡설수설/송평인]진경준과 ‘거부된 정의’
더보기

[횡설수설/송평인]진경준과 ‘거부된 정의’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8-05-12 03:00수정 2018-05-13 14:47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백아(伯牙)라는 거문고 명인에게는 종자기(鐘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켜면 종자기는 ‘태산이 눈앞에 우뚝 솟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도도히 흐르는 강을 떠올리면서 켜면 ‘큰 강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아는 종자기가 죽자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한탄하며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았다.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이라 부르는 것은 이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다.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을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해 어제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무죄가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30년 지기’인 두 사람을 보통 친구 사이를 넘어선 ‘지음’이라고 부르며 그 정도로 친한 사이에서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의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에게 금전을 제공받았다면 개별적 직무와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보험성 뇌물’은 인정하지 않았다.

▷진 전 검사장은 남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비상장 주식을 1만 주나 매입할 기회를 제공받고 그 매입마저 제 돈이 아니라 김 대표 돈으로 했다. 실은 항소심조차도 주식 매입 기회 자체는 뇌물로 보지 않고 매입 자금만 뇌물로 봤으니 법정의 정의는 애초 일반인의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법원은 매입 자금마저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진 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으로 김 대표에게 4억2500만 원을 빌린다고 해놓고 갚지도 않았다. 주식은 대박이 터져 11년 만에 팔아치웠을 때 차익이 126억 원에 이르렀다. 진 전 검사장은 대한항공을 압박해 처남에게 일감을 몰아준 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긴 했지만 126억 원은 고스란히 손에 쥐었다. 두 사람은 장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불상사에 대비할 만큼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친구였는지는 몰라도 그 관계는 결코 지음이라고 할 수 없고 그 판결도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주요기사
#넥슨#주식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