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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조용한 전쟁 준비’…“주한미군의 가족동반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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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조용한 전쟁 준비’…“주한미군의 가족동반 금지됐다”

신동아입력 2018-02-18 10:45수정 2018-02-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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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동아DB]

필자는 ‘평창 이후 미-북 군사충돌 가능성’이라는 기사를 신동아 2월호에 기고했다. 이 기사에서 미국 특수부대 및 공정부대가 4월 1일 한반도 출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미군들의 증언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기사는 “미군이 북한과의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미국 ‘뉴욕타임스’ 1월 보도로도 입증된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지난해 12월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48대의 아파치 헬기와 치누크 헬기를 동원한 최대 규모 강습훈련이 전개됐다. 이틀 뒤 네바다주에선 82공정사단 소속 병사 119명이 낙하산 강하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포트 브래그는 필자의 기사에 소개된 미군 특수부대가 있는 곳이다.


짙어지는 ‘전쟁 준비’ 징후들


‘뉴욕타임스’는 미군의 이 같은 훈련이 북한과의 전쟁에 만반의 대비를 갖추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5, 6월 중동에 배치된 특수부대원이 한국으로 증강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전·현직 미 국방부 관계자 및 고위 사령관 20여 명은 “이 군사훈련이 ‘한반도 내 군사 작전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각 군 총장의 명령을 크게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지난 1월부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한반도 군사정찰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예전에 이들은 휴일엔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일요일인 1월 21일 새벽 2시 항공기를 추적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인 ‘플라이트 레이다 24’에 한국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포착됐다. 비무장지대 인근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있어야 비행할 수 있다.

이 앱에 포착된 항공기는 주한미군 소속 RC-7B 정찰기로 확인됐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돼 있는 RC-7B는 종종 비무장지대 부근을 비행하면서 장사정포를 비롯한 북한군 움직임을 감시한다. 그러나 휴일 새벽의 정찰 비행은 이례적인 일이다.

군 정찰기의 은밀한 움직임을 민간 휴대전화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전파발신기를 통해 기지국에 소속과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앱을 통해 ‘미군 정찰기들이 1월부터 강도 높은 대북 군사정찰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는 사실이 노출됐다. 주일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RC-135 전략정찰기, EP-3 전자정찰기, E-8 조인트 스타스(JOINT STARS) 지상감시 정찰기도 여러 차례 한반도로 날아와 비무장지대 북방 북한 지역을 정밀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미군은 민간 휴대전화에 일부러 잡히도록 해 북한에 알려주는 측면도 큰 것 같다. 북한군은 평양과 원산 일대에 각각 1개 기계화군단만 남기고 지상군의 70~80% 이상을 휴전선 인근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포착된 ‘이례적으로 잦은 대북 정찰’


북한의 김정은은 미국 및 유엔의 사상 최대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그는 한국을 탈출구로 삼은 듯하다. 지난해 11월 시험 발사한 화성-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아직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음에도 서둘러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까지 4월 25일이던 북한군 창건일을 2월 8일로 바꿔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열병식을 열었다.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무기를 선보이진 않았지만 미국 본토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 화성-14형, 화성-15형을 장시간 노출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그러면서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선보이지 않아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반면, 새로운 KN-02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은 실로 한국에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은 혈육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을 방북 초청하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일성 직계의 방한은 분단 이후 최초의 일이다.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문 대통령을 유혹해 △대북제재 완화, △한미합동군사훈련 취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예방전쟁 포기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선수단 규모보다 몇 배 많은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을 보냈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적극적으로 평화 제스처를 취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음을 보여준다. “강화된 제재에 따른 에너지 부족으로 평양 특권층조차 추위에 떨고 있다”는 소식은 북한의 다급한 처지를 방증한다.

반면, 미국의 태도는 한결같고 단호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할까 우려한다”면서 “올림픽이 북한 선전장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방한 전 주일미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에서 “미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 군은 준비된 상태이고, 미국은 단호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반도 운전자’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 리셉션에서 북한 김영남과 펜스 미 부통령을 한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해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려 했다. 그러나 “북측과 동선이 마주치게 하지 말아달라”고 사전 주문한 펜스 부통령은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도, 한국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한반도엔 남북정상회담까지 갑작스레 거론되는 불안한 평화 무드가 드리워져 있다. 사면초가에 놓인 북한이 대내적으로 열병식을 강행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방패 삼아 평창올림픽 뒤로 숨는 형국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도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엔이 정한 ‘올림픽 휴전’이 종료되는 3월 25일 이후엔 ‘집행유예’가 끝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 미8군 사령부를 방문해 브룩스 주한미군사령 관과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사위 혼자 한국에 와”

미국이 전쟁을 최후 수단으로 조용히 완벽하게 준비하는 정황은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사일발사대·저장소 같은 제한된 북한 군사시설만을 공격하는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대한 논의가 최근 뜨거웠다.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는 코피작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이 작전이 가상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검토되는 작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대북강경파인 빅터 차가 낙마할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북한에 강강한 태도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올림픽 휴전이 끝나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가장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고려해 훈련을 취소한다면, 이는 한국을 배제한 미군의 독자적 대(對)북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된다. 예정대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재개되면 이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이 된다.

KR(대담한 결의)/FE(독수리) 한미군사연습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에 대비한다. 컴퓨터에 의한 모의지휘소연습(CPX), 실제로 병력·무기·장비를 야외에서 기동시키는 야외기동연습(FTX)을 병행한다. 다수의 미군이 이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한국에 새로 배치되는 주한미군의 가족동반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국과 달리 미군은 사병까지 모두 직업군인이고 해외 주둔지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

미군 A씨를 사위로 둔 한국인 B씨가 최근 필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군 부사관인 A씨는 지난해 미국 본토로 전속됐다가 채 1년도 안 돼 한국 근무 발령을 받았다. B씨는 “그런데 이번엔 한국에 가족을 동반할 수 없도록 되어서 사위 혼자만 한국에 온다”고 말했다. B씨는 “딸과 손자를 보고 싶은데, 관광비자라도 받아서 한국에 오게 할까 하다 관뒀다”고 했다.

미군 C씨를 사위로 둔 한국인 기업가 D씨도 최근 필자에게 “사위가 미국 본토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되는데 딸을 데려올 수 없게 됐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외에도 주한미군의 가족동반이 어렵게 됐다는 다른 증언을 접했다.

미국 NBC는 2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개월 전 국가안보보좌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가족동반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백악관은 주한미군 가족동반 금지 조치를 뒷주머니에 넣어둔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한국에 배치된 미국 군인들은 가족을 데려오는 게 곧 허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필자가 접한 주한미군 가족들의 증언은 신임 주한미군의 가족동반이 ‘실제로’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의 다른 군 소식통은 “미국이 주한미군부대의 병력을 증원해 언제라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편제를 갖추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단행할 때 이들은 주한미군 가족을 한반도 밖으로 소개하는 작전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신규로 배치되는 주한미군에게 가족 동반이 금지됐다는 것은 미군이 이미 한국을 ‘가까운 시기에 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창올림픽 이후 진짜 ‘한반도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괌으로, 일본으로 집결


미국은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주요 전력’을 이미 한반도 인근에 전개해놓고 있다. 1월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한 칼빈슨 항공모함 강습단은 2월 1일 괌에 도착했다. 1월 11일 전략자산인 B-2 스텔스 폭격기 3대가 병력 200명과 함께 미 태평양사령부의 ‘폭격기 전개와 억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 괌 앤더슨 공군 기지로 전진 배치됐다. 이 폭격기는 핵폭탄 16발과 순항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으며 9656㎞의 거리를 재급유 없이 40시간 비행할 수 있다.

1월 16일 장거리 전략 폭격기인 B-52H 6대와 300여 명의 요원이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 전개됐다. B-52H는 최대 27t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한다. 비행고도가 16.8㎞에 달해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다. 907㎏의 재래식 폭탄 35발, 순항미사일 12발, 공대지 핵미사일, 혹은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를 탑재할 수 있다.

1월 8일 미 해군 제7함대 강습상륙함 ‘와스프’가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 기지로 향했다. 수직 착륙이 가능한 해병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수 있다. 미 해군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증강 배치된 F-35B를 함상에서 운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에 운용하려 한다.

미국의 이 같은 전략자산 전진 배치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 기간은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3월 25일 올림픽 휴전 이후엔, 문재인 정부가 다른 결정을 하지 않는 한, 한미군사연습이 재개될 것이다. 그러면 이미 배치된 전략자산 외에 상당한 규모의 다른 전략자산도 참가한다. 이 미군 전력은 올림픽 기간에도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오고 있다.

한미군사연습이 시작되면 북한은 북침 연습이라고 반발할 것이 틀림없다. 이 반발은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화성-15형 ICBM을 고각 발사한 후 약 3개월 이상 시간을 벌었다. 북한은 이 기간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보완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N)인 북극성-3형의 비행거리를 늘이고 고도를 높이려 할 것이다. 또한 화성-15형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것을 입증해 보이려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 없지만 핵무기 성능 고도화와 정치적 목적으로 7차 핵실험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실험이 ‘성공’으로 평가된다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북한의 핵 무력은 그야말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금지선(Red line)’을 훌쩍 넘게 된다.

핵·미사일 도발은 선제공격 명분

그런데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다른 한편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에 더없이 좋은 명분이 된다. 이번 KR/FE 한미군사연습은 외형적으로는 연례 군사연습이지만 예방적 선제타격 실전을 염두에 두고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접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이 북한에 대해 단계별(4단계) 군사적 옵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1. 해상차단 및 봉쇄 단계. 미국은 유엔사 전력 제공국들을 최대한 규합해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공해상에서 중국, 러시아 선박 등과의 불법 환적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계속 해상차단을 무력화하면 미국은 북한 선박 일체의 출입을 봉쇄하는 해상봉쇄를 단행할 것이다. 해상봉쇄작전에는 칼빈슨 항공모함 강습단과 레이건 항공모함 강습단이 주축이 된다.

2. 제한된 선제타격(코피작전) 단계. 북한이 북극성-3형, 화성-15형 같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후로 미국은 미사일 발사대, 기지(지휘통제실, 저장소 등), 영변 핵 단지 등을 상징적으로 예방 차원에서 선제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동시에 ‘북한이 한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남은 핵·미사일 시설과 장사정포를 우선순위에 따라 폭격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천명한다. B2A 스텔스 폭격기는 B61-12 전술핵무기를 장착한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동아DB]

한국 반대해도 유엔의 이름으로?

3. 북 지도부와 핵·미사일 일제 제거 단계. 이 작전에는 3~4개의 항모강습단과 F-22, F-35A, B2A 스텔스 전폭기, 전략폭격기가 투입된다. 먼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기가 대공망을 제압한다. 괌에 전진 배치된 B-52H 전략폭격기 6대는 평양을 사라지게 하고도 남을 만한 폭탄을 싣고 출동한다. 이 작전에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외교-경제적 옵션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정보-군사적 옵션의 비중도 높이고 있다. 최후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을 결행할 때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보다는 유엔군사령부 체제를 선택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전쟁 반대’를 비켜갈 수 있고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의 전력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반도 전쟁 재발 시 파견되는 유엔회원국 군대를 통제하고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전력제공자 기능을 수행한다.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은 1953년 7월 27일 ‘워싱턴선언문’에서 “유엔의 제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할 경우 세계평화를 위해 다시 단결해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을 결의했다. 물론 그 후로 64년이 지났기에 각국은 국익을 고려해 이 선언을 준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을 다시 유엔사 깃발 아래 모으려 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미 본토 전역을 위협하는 화성-15형 ICBM을 발사하자 미국은 캐나다와 협조해 1월 15~16일 밴쿠버에서 1차로 한국전쟁 참전국 외교장관 회합을 열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벨기에,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인도,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스웨덴, 태국, 터키, 영국, 그리고 한국이 참가했다. 이들을 ‘밴쿠버 그룹’으로 부른다. 밴쿠버 회의에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ICBM을 쏜 북한을 무법자로 묘사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난해 11월 28일 그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여객기 탑승객들은 이 미사일이 하늘을 날고 있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주변에 9대의 민간 항공기가 더 있었습니다. 많은 승객이 무책임한 미사일 실험으로 인한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건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위협입니다.”

특기하자면 이 모임은 외교장관 회합임에도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을 결집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는 집요하다.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참전국들의 대사나 무관들과 매월 정례 회합을 열고 있다. 또한 연례 한미군사연습에 이들 국가가 참가하도록 유도한다. 스캐패로티 전 유엔군사령관은 “유엔사 회원국들의 한미연합연습 동참은 한국 방어를 지원함에 있어 필수적 과정”으로 규정했다. 유엔사 회원국들의 UFG 한미연합군사연습 참가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엔사는 일본과의 유엔사 주둔국 지위협정(SOFA)을 통해 7개 후방기지를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근무 시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둘러보고 그 규모에 놀랐다. 미국은 이번 KR/FE 한미군사연습에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을 초청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시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의 전력을 제공받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미국은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치를 때 유엔의 깃발 아래 다국적군을 모았다.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준비하면서 미국은 마찬가지로 유엔의 깃발을 들고 있다.

‘문재인 vs 트럼프’ 결과는?

이라크전의 경우 미국은 이라크 측에 경고하고 압박한 지 1년여 후에 공격을 단행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계속 말하니 일부 사람들은 “수사적 표현”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그렇게 말하다 결국 전쟁을 시작했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현 움직임이 이라크전 개전 직전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해의 국정 목표를 제시하는 연두교서 주제를 ‘북한’으로 잡았다. 그러면서 절제되고 단호한 언어를 구사했다.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 공조에서 이탈해 북한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불신이 커지고, 한미군사동맹이 껍데기만 남게 되어 코리아 패싱이 가시화되고, 미국이 한국 수도권이 입을 피해를 별로 고려하지 않은 채 유엔의 이름으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상황’이다.

김기호

●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 전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KBS 객원 해설위원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missionhero@naver.com

《이 기사는 신동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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