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화가를 고용해 그린 그림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판매한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73·사진)에게 법원이 18일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기고 작품을 판 조 씨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작품 판매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씨의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 장모 씨(45)에게도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조 씨의 ‘그림 대작’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조 씨가 자신의 작품이라며 판매한 그림들을 온전한 조 씨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조 씨는 “조수를 고용해 작품 제작을 지시하는 방식은 미술 작품 제작의 전통적 관행이나 개념과 실행의 분리라는 현대미술의 보편적 추세에 비춰 볼 때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품 제작에서 작가의 머릿속 아이디어나 소재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출되는 창작적 표현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조 씨는 (대작 화가) 송모 씨에게 대략적 작업 방식만 제시했을 뿐 세부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완성 단계의 작품을 건네받아 배경을 덧칠하는 등 일부 추가 작업만 더해 전시, 판매했다”며 “작품 기여도로 보면 송 씨는 단순한 조수가 아니라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작가가 창작 표현까지 전적으로 관여했는지는 그림의 판매 및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피고인이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긴 것은 그림 구매자를 속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작 화가를 고용해 그린 그림 26점을 1억8000여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2015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유죄가 선고돼 당황스럽다”며 즉각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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