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조영남 1심 유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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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작화가 숨기고 팔아 사기죄”
징역 10개월에 집유… 조씨 “항소”

직업 화가를 고용해 그린 그림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판매한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73·사진)에게 법원이 18일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기고 작품을 판 조 씨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작품 판매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씨의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 장모 씨(45)에게도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조 씨의 ‘그림 대작’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조 씨가 자신의 작품이라며 판매한 그림들을 온전한 조 씨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조 씨는 “조수를 고용해 작품 제작을 지시하는 방식은 미술 작품 제작의 전통적 관행이나 개념과 실행의 분리라는 현대미술의 보편적 추세에 비춰 볼 때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품 제작에서 작가의 머릿속 아이디어나 소재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출되는 창작적 표현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조 씨는 (대작 화가) 송모 씨에게 대략적 작업 방식만 제시했을 뿐 세부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완성 단계의 작품을 건네받아 배경을 덧칠하는 등 일부 추가 작업만 더해 전시, 판매했다”며 “작품 기여도로 보면 송 씨는 단순한 조수가 아니라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작가가 창작 표현까지 전적으로 관여했는지는 그림의 판매 및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피고인이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긴 것은 그림 구매자를 속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작 화가를 고용해 그린 그림 26점을 1억8000여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2015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유죄가 선고돼 당황스럽다”며 즉각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영남#유죄#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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