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반대→ 부결’ 반복 될까… 고민 깊어지는 文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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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동의안 부결 이후]안철수 재등판 뒤 커진 강경론
“총리인준 등 협조했지만 무시당해”
일각 “형식적 이혼 넘어 정서적 이혼”

국민의당 아킬레스건은 ‘호남 여론’
“대가 치를것” 문자폭탄 쏟아져
정부-與와 계속 각세우기엔 부담

김동철 “文정부가 먼저 협치 손 내밀어야”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민주당과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동철 “文정부가 먼저 협치 손 내밀어야”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민주당과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에서 여야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주고받은 설전이다.

정치권은 김이수 부결 사태를 기점으로 원내 3당 국민의당의 ‘국회 결정권’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완전한 분화’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형식적 이혼’을 넘어 정서적인 이혼 도장까지 찍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민의당과 협치를 강조해왔다. 자유한국당(107석)이나 바른정당(20석)보다는 호남 정서를 공유하는 국민의당(40석)의 협조를 기대했던 것이다. 국민의당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 협조하며 화답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대리 사과’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등 여당에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4개월에 접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고공 지지율에 취해 협치를 내팽개쳤다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됐다”며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들어가며 협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교적 정치 경험이 짧은 초선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계속 이렇게 끌려가기만 할 거냐’는 정서가 김 후보자 동의안 표결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은 “내용을 불문하고 ‘호남 카드’를 들면 국민의당이 따라올 거라는 ‘전략도 아닌 전략’을 쓴 결과”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물밑으로 현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여당과 청와대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본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부 코드 인사에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대놓고 비판하는 오만함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민주당이 주요 사안을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당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한 지붕 아래 있지만 당론 없이 자유투표를 할 때가 많아 전체 표심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 탓이 크다. 현재 국민의당은 헌법 기관인 의원에게 당론을 강요하는 것은 ‘기득권 양당 정치의 적폐’라는 입장이어서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원내를 통솔하기가 어렵다.

연일 ‘야성(野性)’을 강조하는 안철수 대표가 향후 원내 협상에 호의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국민의당이 언젠가 민주당에 흡수될 거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안 대표 등장 이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안 대표의 강성 기조는 친안(친안철수)계 의원을 중심으로 원내에 반영될 수도 있다. 현재는 송기석 김성식 손금주 오세정 신용현 채이배 김삼화 권은희 박선숙 김수민 의원 등이 친안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호남 여론’이다. 정부 여당이 호남에서 고공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어 국민의당이 정부 여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의원들에게는 ‘두고 보자. 호남을 ×먹였으니 온전하겠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호남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반발이 거세다 보니 의원들이 호남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토로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여권은 국민의당과의 협치 중요성을 절감하는 기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일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가 협치”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문재인 정부가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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