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뭄 극복 위해 ‘이명박 물’ 갖다 쓰면 잘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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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충남 지역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대강 사업이 여야 간 엉뚱한 정치 공방에 휘말려 2차 사업이 중단된 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천(支川) 사업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42년 만의 최악 가뭄에도 물이 찰찰 넘치는 4대강 본류를 인근 지역의 지류와 연결해 물 부족 해소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예당저수지에서 김 대표를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도 “가뭄 앞에 (4대강 사업 등) 지난 정치적 쟁점을 가지고 다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 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랬던 그가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 백제보의 여유 수량을 보령댐 상류로 보내는 것과 금강 공주보와 예당저수지 간의 용수 공급관로 설치를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나선 것은 도민의 고통을 직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변화가 논란이 되자 안 지사는 24일 “금강∼보령댐 연결 공사는 4대강 사업과 거의 연관성이 없는 일”이라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군색하게 변명했다. 도지사가 목이 타는 도민들을 위해 입장을 바꾸는 것은 비겁한 훼절이 아니다. 정치적 소신 때문에 당장 실현 가능한 가뭄 대책을 외면한다면 오히려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자원 11억6600만 m³ 중 3억9870만∼6억4890만 m³는 가뭄 때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가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은 야당이 4대강 사업의 후속인 지방하천 정비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극력 반대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 예산안에서도 4대강 관련 사업은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 지역에서 마실 물까지 근심하는 판이다.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 만든 보에서 가져온 물이면 어떻단 말인가. 전 대통령이 밉다고 4대강 수자원 활용을 비판하는 이들은 다른 데서 물을 끌어와 가뭄을 극복할 대안부터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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