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두달 일찍 당대표 물러나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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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새 지도부 12월 선출 결정… 대법-헌재 판결 앞두고 黨 재정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사진)가 2선으로 후퇴한다. 통진당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SC컨벤션 국제회의장에서 임시 당 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다음 달에 선출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 대표로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강병기 경남도당위원장이 거론된다.

연단에 선 이 대표는 “자주 민주 통일의 나무를 뿌리 뽑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진보당’ 강제해산 시도를 반드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이 나오면 당을 다시 만들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대회 이후 개최된 당 사수 결의대회에서는 “진정으로 해산해야 할 정당은 새누리당” 등 강성 발언이 쏟아졌다.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의원 석방시키자!”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당초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 동시 당직선거를 치를 때까지다. 정치권에선 2개월 정도 임기를 줄이면서까지 급히 통진당의 지도부를 재편해야 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 달 이뤄질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심판 결정과 내년 초 있을 대법원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확정 판결이 주요한 변수다. 홍성규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을 앞두고 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종북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던 이 대표가 조기 퇴진하면 당 이미지 쇄신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북 논란을 의식한 듯 통진당 ‘단결과 혁신위원회’가 만든 혁신안에는 “대북 문제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벌여 내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반성이 담겼다. 당 관계자는 “북한의 3대 세습이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의 입장을 밝히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얼굴’만 바꾸려는 위장 전술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선 선출될 새 지도부가 투쟁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통진당의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행사장에는 태극기가 걸리지 않았다.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가 이뤄졌다. 사회를 맡은 신창현 인천시당위원장은 “이 곡(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중의 애국가”라고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은 2012년 의원 당선 뒤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에도 통진당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정희#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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