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포격 왜 보고않나” 최윤희 격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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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4일 방사포 100여발 쐈을때, TV보고 알아… 작전본부장에 전화
본부장도 발사 사실 몰라 혼쭐, 합참 “NLL 넘지않아 보고 안했다”
기계적 매뉴얼에 안일 대처 지적도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사진)이 이달 중순 합참 내 보고 체계를 두고 크게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방사포 100여 발을 발사한 직후였다. 군사분계선 코앞에서 북한이 도발을 했는데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최 의장은 이날 점심 식사 중 TV 방송에 나오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 사실을 접한 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당혹해했다는 후문이다.

3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4일 오전 11시 43분경 통일전망대 인근 금강산 구선봉 포진지에서 방사포와 해안포 사격을 했지만 최 의장은 관련 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북한은 당시 약 32분간 100여 발을 사격했다. 통일전망대에 있던 시민과 직원들도 육안으로 사격하는 모습을 본 뒤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접한 최 의장은 곧바로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의장은 “어떻게 된 거냐, 왜 후속 보고가 없냐”고 물었다. 하지만 작전본부장은 북한의 방사포 발사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최 의장은 작전본부장을 호되게 질책했다고 한다. 합참은 북한의 사격 사실을 낮 12시 50분경 발표했다.

합참 측은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할 때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다만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작전참모부장에게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매뉴얼에 있는 보고체계를 따랐기 때문에 합참 의장은 물론이고 작전본부장에게도 별도의 보고가 없었던 것. 합참 실무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의장이 다 보고받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규정대로 처리한 지휘통제실 실무자들도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뉴얼로만 따지면 합참의 대응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고 어떤 돌발사태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적 돌발사태가 우려될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통일전망대에 있던 민간인들이 북한의 사격 영상을 찍어 언론에 보도된 이후였지만 군의 움직임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선박 사고도 원래 대통령 보고사항이 아니지만 예상과 달리 대형 사고로 번졌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신속하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정부 대처 소홀로 비판받고 있는 것”이라며 “군 당국자들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최윤희#방사포#합참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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