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개혁, 자신부터 먼저 바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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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해를 위한 종교인 신년 릴레이 인터뷰]<하>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

개신교 원로인 홍정길 목사는 세 가지 후회되는 일로 “세속화하고 있는 교회 개혁에 나서지 못한 것,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외부 일이 바빠 정작 교회 신자를 못 챙긴 것”을 꼽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개신교 원로인 홍정길 목사는 세 가지 후회되는 일로 “세속화하고 있는 교회 개혁에 나서지 못한 것,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외부 일이 바빠 정작 교회 신자를 못 챙긴 것”을 꼽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소통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리 중 하나입니다. 세상 대부분의 종교들이 사람이 신을 찾아가는 길인 반면에 기독교는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왔지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9일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홍정길 목사(73)는 교회의 소통 부재를 자책하며 “하나님께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도 부끄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소통 문제가 화두다.

“사람들이 비슷하거나 평등하다면 소통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강자가 약자를 끌어올려 주고, 마음으로 안아주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사람 냄새, 따뜻함이 없고 원칙만 보였다. 세상과 소통하려면 무엇보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성찰 속에 먼저 바뀌어야 한다. 남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먼저 바꾸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야당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은 어떤가.

“당이 다르거나 입장이 달라도 옳은 얘기라면, 또는 힘들어도 가야 하는 길이라면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 정말 아닌 상황에서 그들이 ‘아니요’라고 할 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그는 6·25전쟁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목청을 높이면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이겨온 사회 분위기도 소통 부재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서울 반포에 남서울교회를 개척한 홍 목사는 1995년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에 전념하기 위해 교회 둥지를 떠났다. 이후 다시 개척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예배는 교회 건물 없이 밀알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2012년 은퇴한 그는 현재 남북나눔운동 회장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홍 목사는 동아일보의 연중 캠페인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에 공감을 표시하며 아이들이 옳은 말을 사용하고 좋은 인성을 갖도록 하는 일을 ‘제2의 건국’으로 비유했다.

“말은 씨앗이다. 나쁜 말을 쓰면 나쁜 인격이 형성되고, 좋은 말이 몸에 배면 좋은 사람이 된다. 며칠 전에도 지인들과 욕으로 망가진 아이들의 말과 교육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교회도 앞장서서 아이들의 말을 바로잡고 좋은 인성을 갖게 하는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한다.”

홍 목사는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 이미 소천(召天)한 옥한흠 하용조 목사와 함께 한국 개신교 ‘복음주의 운동의 네 수레바퀴’로 불렸다. ‘절친’이었던 옥 목사와 하 목사를 3, 4년 사이 잇달아 떠나보낸 후 부쩍 ‘잘 살고 있냐’는 자문자답이 많아졌다고 했다.

―때론 가족보다 가까운 친구를 잃은 상처가 더 오래간다.

“누군가 아호를 준다고 했지만 부담스러워 사양해왔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것이 대나무 울타리, 죽리(竹籬)다. 내 삶이 본채나 마당도 아니고, 토담도 못 되는, 토끼가 밀면 넘어지는 대나무 울타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죽리, 그냥 읽으면 ‘죽니’, 몇 번 읽다 ‘이제 잘 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두려움 중 하나는 잘못했다고 지적해줄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동원 목사랑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소통과 화해를 위해 조언한다면….

“도산 안창호 선생과 가나안 농군학교를 세운 일가 김용기 장로를 존경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도산 선생은 한 소녀와의 약속을 지키려다 옥고를 치렀고, 김 장로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오래전 김 장로와 작은 여관에 숙박했는데 문풍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김 장로는 밥풀을 달라고 하더니 가방에서 창호지를 꺼내 그 구멍에 붙이더라.”

―삶이 힘든 이들이 많은데….

“호수가 아무리 흐려도 근원이 맑으면 언젠가 맑아진다. 그래서 근원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남의 여관 방문에 창호지를 붙이는 마음을 먹고 그 일을 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보람이 느껴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조금 여유 있고 힘 있는 분들은 손해 보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 일에는 적이나 라이벌, 방해자가 없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소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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