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한국당, 친박-친이 분쟁 반복… 한발짝도 못 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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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탈당… 동아일보 인터뷰서 심경 밝혀

“중진들 전대 출마 안돼”… 회견 나선 중앙위원들 자유한국당 직능조직인 중앙위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와 정우택 이완구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중진들 전대 출마 안돼”… 회견 나선 중앙위원들 자유한국당 직능조직인 중앙위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와 정우택 이완구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현역 최다선(8선)이자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사진)이 20일 전격 탈당했다. 6·13지방선거 참패 후 한국당을 탈당한 건 서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며 탈당의 변을 밝혔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인터뷰했다. 이하는 주요 일문일답.

―탈당까지 하게 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정당을 떠나는 건 나에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다. 아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파장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당이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친박 좌장이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 요구를 받았으나 남아 있다가 오늘 탈당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지방선거 참패 후) 당이 새로워지려면 당을 새로 꾸려갈 인재들에게 넘겨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결심했다. 동시에 당 개혁에 앞장서려는 사람들이 패거리 정치로 당을 장악하면 안 된다는 경종도 주고 싶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등 한국당 복당파들은 바른정당으로 탈당한 데 대해선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누굴 때려잡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보수의 가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새로운 지식을 잘 파악해서 무리 없이 현실에 대입하는 게 보수다. 남북평화가 새로운 흐름인 지금은 아무리 속이 쓰려도 긍정할 건 긍정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홍준표 전 대표는 ‘위장평화쇼’라고 우겨대니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당정치를 하면서 많은 지도자를 봤지만 홍 전 대표와 같은 ‘욕쟁이’는 없었다. 박순천 여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 한마디 한마디 하는 데 얼마나 조심했는지 모른다.”

―보수정당이 되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 의원이 정치를 배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시대와 상관없이 정당에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이다. 대표 같은 ‘간판’이 좋아야 당이 살아난다. 그 밥에 그 나물이면 절대 못 살아난다. YS라면 개혁적인 젊은 인물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왔을 것이다. 그게 안 되면 비대위 구성 방법을 찾기 위해 밤새도록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했어야 했다. 하염없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참패를 겪고도 또다시 자신의 입 역할을 할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고 뒤에서 조종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 당에는 정말 희망이 없다.”


―초선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초선 의원들도 이번에 정신들 좀 차려야 한다. 선배 의원들이 봤을 때 ‘아, 저 사람 괜찮네’ 하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이건 뭐…. 이런 건 누가 인위적으로 해서 안 되는 것인데 우리 당에는 그런 게 별로 보이지 않아서 떠나는 마당에도 참 걱정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비켜줄 테니 지금이라도 잘해 봤으면 한다.”

―한국당이 계속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 건가.

“이제 탈당했는데 자유롭게 트위터도 하고 할 말을 하고 싶다. 아주 엇나간다 싶으면 내가 그래도 (당에) 충정이 있었는데 ‘이건 잘못된 것 같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서 의원의 탈당 결정에도 이날 당 안팎에선 “혁신은 사라지고 복당파 대 비복당파라는 ‘신계파 지도’만 생겼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김 대행과 김무성 전 대표 중심으로 한 ‘복당파’가 새 주류로서 당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한선교 김진태 박덕흠 의원뿐 아니라 조경태 정진석 심재철 홍일표 홍철호 의원 등 무계파 성향이나 일부 복당파 의원들도 “김 대행의 방안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홍정수 hong@donga.com·최우열 기자
#서청원#자유한국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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