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투자자들이 포이즌필 도입 꺼리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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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부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부터 국내에서 포이즌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될 때 기존 주주가 헐값으로 신주를 취득해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제인 단체는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포이즌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대기업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을 반대한다.

그렇다면 포이즌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스테퍼니 사이키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투자자는 포이즌필을 도입한 경영진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이 선한 목적으로 포이즌필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그 의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키스 교수는 조사를 위해 2000∼2012년 포이즌필을 도입한 기업을 결손금 자산 보호를 위한 포이즌필(NOL 포이즌필)을 도입한 62개 기업과 결손금 자산 보호와 관련 없는 포이즌필(Non-NOL 포이즌필)을 도입한 327개 기업으로 구분했다. 그 다음에 두 그룹에서 나온 기업들의 보도자료에 대한 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NOL 포이즌필과 Non-NOL 포이즌필에 대한 시장 투자자의 반응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기업이 비록 귀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포이즌필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 같은 대리인 비용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기업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포이즌필 남용방지 장치인 일몰조항(sunset clause·결손금 자산이 절세 목적으로 사용될 때 포이즌필이 소멸됨)을 둔 기업이라도 투자자의 우려를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경영권 보호 장치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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