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1등 목표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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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산업부
곽도영·산업부
 ‘이거면 자식들한테 용돈 안 받고 살 수 있으려나.’

 어느 날 노인정 친구를 따라간 사업 설명회에서 귀가 번쩍 뜨인다. 강연자는 “국민이 다 갖고 있는 휴대폰을 바꿔주기만 하면 월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스마트폰을 쓰는 자녀 손주 동창들을 생각하니 그들만 연결해줘도 금세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다.

 LG유플러스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동통신 다단계의 한 장면이다.

 다단계 판매원이 되려면 먼저 30만 ‘포인트’를 채워야 한다. 재고로 쌓여 있는 구형 폰을 개통하면 20만 포인트를 준다. 여기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대개 30만 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 구형 폰을 수십만 원에 사게 되지만, 24개월로 나누어 몇 만 원씩 나가는 돈보다 앞으로 쥐게 될 소개 수수료가 더 커 보인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아무리 가족과 친구 스마트폰을 바꿔줘도 들어오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 크라운이나 다이아몬드 등급 등 최상위에 올라가야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는데 모든 다단계 판매자가 금방 고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매달 10만 원이 넘는 통신비와 할부금이 빠져나가고, “너한테 속았다”며 주변에서 피해 신고를 하기 시작한다.

 18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다단계 중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만 할 뿐 최종 입장 결정을 미뤘다. 권 부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 전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LG유플러스가 공문을 통해 다단계 판매 중단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답변이었다.

 6월 기준 다단계 판매를 통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55만2800명 중 43만5000명이 LG유플러스 가입자다. 소비자들은 “이게 대기업이 할 만한 일인가”라고 묻는다. 다단계 사업을 중단키로 한 SK텔레콤과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결국 소비자 신뢰 하락보다 당장의 가입자 유치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난달 말 취임 10개월 간담회에서 권 부회장은 “1등이 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입자들에게서 제대로 된 신뢰를 얻지 못하는 1등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곽도영·산업부 now@donga.com
#lg유플러스#이동통신#다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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