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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시진핑이 2019년을 두려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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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시진핑이 2019년을 두려워하는 이유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19-03-14 14:07수정 2019-03-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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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헤어스타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시진핑(習近平·66)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흰머리를 노출했다는 뉴스를 보고서다.

딱 봐도 염색이다 싶은 새까만 머리를 포마드 발라 넘겨 붙이는 게 중국 지도부의 관행이었다. 젊게 보이려는 이 ‘흑발 정치’의 전통을 시진핑이 깬 것이다. 그것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 푸젠(福建)성 대표단 분과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 시 주석이 흰머리를 노출한 데 대해 분석이 분분하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흰머리는 왜 늘어났나

국내 신문들은 인간적, 서민적, 친근한 이미지 부각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2014년 잠깐 흰머리를 보였을 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내놨던 해석이다. 그 뒤 5년간 비인간적이었다가 다시 인간적이 될 수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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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현명함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중화제국주의를 내건 시진핑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바꾼 게 꼭 1년 전이다. 관행과 규범도 깰 수 있는 절대 권력! 흰머리 노출이 이를 입증한다고 미국 정치학자들은 분석했다.

11일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청와대사진기자단.

흰머리가 자신감의 표현이라면 우리 대통령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겠다. 다시 흑발로 등장하면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할 건가? 나는 아무리 염색해도 사라지지 않는 시진핑의 불안과 딜레마를 드러낸다고 본다.

●9로 끝나는 해마다 변고가 벌어졌다

중국은 올해가 ‘아홉(9)수’다. 올해 건국 70년인 중화인민공화국은 9로 끝나는 해(年)마다 변고를 맞았던 징크스가 있다(1949년 건국도 사실 어마어마한 변고다).

시진핑이 가장 두려워함직한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1989년 6월 4일 일어났다. 민주화 요구를 짓밟고 공산당 일당독재의 민낯을 사정없이 노출한 톈안먼 사태는 그 해 5·4운동 70주년 기념일로 촉발됐다.

톈안먼 사태 당시 탱크 부대 진행로를 막아선 시민. 베이징=AP

1919년 우리의 3·1운동에 자극받아 일어난 것이 중국의 5·4운동이다. 3·1운동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탄생시켰듯, 중국 공산당은 ‘무산계급의 혁명성을 최초로 드러낸 5·4운동이 창당의 기반’이라고 주장한다(창당이 1921년이니 좀 오래 걸리긴 했다).

●톈안먼 사태 30주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무슨 소리냐. 개혁정신의 진정한 계승자는 공산당이 아니라 대학생들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덩샤오핑(鄧小平)은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경제가 발전하면 따라 오리라던 정치 개혁의 희망은 죽었다.
톈안먼 사태 당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요구 조건을 읽고 있는 중국 대학생. 베이징=AP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봉기도 1959년 3월에 일어났다. 이때 망명한 티베트 정치(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도 1989년이다.

1999년엔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의 봉기와 대대적 탄압이 벌어졌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치면 올해가 독립을 외치다 유혈 진압 당한 우루무치 사태 10주년이다. 그러니 시진핑이 2019년을 머리 염색하며 보낼 수 있겠나.

●중화인민공화국 70년, 왕조의 수명도 70년

강한 것이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승자다. 시 황제는 69년밖에 못 살고 죽은 소련(1922~1991년)의 수명을 넘어섬으로써 사회주의체제의 강고함을 입증하긴 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주석이 청나라 황제 용포를 입고 있는 일러스트를 2013년 5월호 표지로 썼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중국 왕조의 평균수명이 70년이다. 미국 하버드대 왕유화(王裕華) 교수는 중국을 지배한 49개 왕조를 분석해 중국 공산당이 배워야 첫째 교훈이 “어떤 왕조도 영원히 지배할 수 없다”라고 했다.

물론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왕조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시진핑이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을 장악하는 바람에 왕조의 운명을 맞을 수도 있는 패러독스에 빠진 거다.

●엘리트 반란의 싹을 키우는 시진핑

왕조가 무너지는 건 주로 구(舊)집권세력의 반란에 의해서다. 282명의 황제 중 자연사한 자는 절반이 고작이다. 제 명에 못 죽은 황제 중 절반이(76명·27%) 엘리트의 반역으로 목숨을 잃었다.

민란(32명)이나 외적의 침입(7명)에 의한 죽음은 훨씬 적다. 시 황제가 중국을 벌벌 떨게 만들고 있는 선별적 부패 청산이 엘리트 반란의 싹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제 명에 죽은 황제들은 집권 초 왕자들 중 가장 충성스럽고도 유능한 후계자를 지명했다는 특징이 있다. 덩샤오핑이 격세(隔世) 간택의 계승 원칙을 만든 것도 공산당 영구집권을 위해선 정치보복을 막아야 한다는 깊은 뜻에서였다.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선통제(宣統帝) 푸이(溥儀). 위키피디아 공용

●시진핑 “백년에 한번 찾아온 큰 변혁의 시기”

현재의 주석이 차차기 주석을 미리 지명하도록 한 계승의 원칙은 작년 10월 깨졌다. 시진핑 집권 2기를 시작하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은 것이다. 시진핑이 공산당왕조의 마지막 황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시각에 입각해볼 때 우리는 지금 백년에 한번 찾아올 큰 변혁의 시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이 공산당을 구했다”는 찬사가 나왔던 1년 전에 비하면 민망할 만큼 중국은 지금 위기적 상황이다.

우선 공산당 일당독재의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경제가 문제다. 과잉투자와 부채로 성장한 경제는 급속 추락하기 쉽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톈안먼 사태로 국제 제재를 받은 1990년 이래 최저였다.


●공산당 경제통제 넘어 디지털 독재로

수출주도 성장도 종친지 오래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태세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밀리는 조짐이다. 고장 난 경제를 고치려면 공산당 독재를 끝내야 하지만 당의 통제를 ‘감시 자본주의’로까지 전락시킨 자가 바로 시진핑이다.

물론 당장 중국이, 시진핑이 망하진 않을 것이다. 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14억 인구를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로 감시하는 ‘디지털 독재’를 빡세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시가 화웨이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시작한 ‘얼굴 찍고 지하철 타기’를 부러워할 게 아니다. 시진핑에 비판적 웨이보를 날린 사람은 앞으론 지하철도 못 탈 수가 있다.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중국 지하철 개찰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이런 전체주의에서 ‘사람’ 살 수 있나

인터넷 사용기록과 알리페이 같은 거래내역, 법규 위반 등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해 시민의 등급을 매기는 ‘사회적 신용제도’는 더 끔찍하다. 작년까지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 사람이 1700만 명. 입학과 취업, 심지어 결혼까지 공산당이 매기는 등급제에 좌우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어웨이크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당(黨)이든, 국가든, 이념이든, 집권세력의 가치를 온 국민에게 강요하는 전체주의는 이렇게 위험하다. 이런 권위주의 강대국이 국제질서를 주름잡을 경우, 독재국가는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작년 10월 미국의 포린어페어즈지는 “냉전 초기 소련의 파워가 커질 때 주변 독재국가가 증가하고 소련 멸망 뒤엔 감소했듯, 이제는 중국이 세계에 권위주의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親中 집권세력도 지금 불안한가

인터넷 캡처

우리의 집권세력이 헌법에서 빼버리려 했던 ‘자유’는 그래서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며 친중(親中)으로 달려가는 그들이 안쓰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있지도 않은 죄목으로 야당 원내대표를 징계하겠다니,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뭐가 다른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국이 경멸하는 ‘서구식 민주주의’ 그 중에서도 선거라는 제도가 우리에겐 있다는 사실이다. 폭력 없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제도라고 했다. 중국은, 친중정권은 2019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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