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시진핑, 트럼프에 ‘대북제재 완화 해달라’ 말해주면 감사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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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의심 안 했으면, 제재 완화 등이 필요하다”
8일 중국 베이징 한중 전략대화 포럼에서 발언
중국 학자들이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불신하자, 이에 반박하면서 답변
문 특보, “북-미 뉴욕 고위급 회담 연기는 미국의 상응조치 없다는 북한의 판단 때문인 듯”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이 저렇게 (비핵화에) 전향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생각해 달라’고 말해주면 우리로서는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동아시아재단·중국 판구(盤古)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4회 한중 전략대화에서 “자꾸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는다’ ‘체제 안전을 위해 핵무기 보존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는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안 할 것이라는 가정이 제일 크다(많다). 일본도 그렇고”라고 지적한 뒤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제재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과거 말만 했던 북한의 행태와 지금은 다르다”며 “자꾸 북한이 핵 포기 의직 있는지 회의를 갖는 것은 북핵 문제에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날 중국 학자들이 잇따라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불신하자 나왔다. 장롄구이(張璉¤)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최근) 조치는 핵 동결이지 핵 포기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핵 보유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긴장 완화 국면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도 “북핵의 완전한 포기 가능성이 낮다는 장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김정은은 핵 포기를 하거나 핵을 감축하거나, 아니면 그 중간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교수는 발제문에서 “북한은 철저한 핵 포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일부 핵을 가진 북한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위홍쥔(于洪君) 전 중국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고 북핵 문제 해결은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 정서가 존재하는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폐기 방식, 핵재료 반출 처리 문제는 (북-미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핵 보유 대국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핵문제 해결이 중국의 희망에 부합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데 대해 문 특보는 “의제 조율이 완전히 됐으면 (김영철이 뉴욕에) 안 갈 리가 없다”며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 같은 큰 결정을 내렸으나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 미국의 반응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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