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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관객 호응에 화들짝… 독일극단 공연 중단시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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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관객 호응에 화들짝… 독일극단 공연 중단시킨 中

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8-09-14 03:00수정 2018-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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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作 ‘민중의 적’ 베이징 초연
관객들 “中정부도 무책임 마찬가지”, 소통의 시간에 불만 터져나와
난징 공연, 무대설비 고장이유 취소… SNS 올라온 관객들 글도 삭제
독일 베를린샤우뷔네극단 관계자와 주연배우들이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극 ‘민중의 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연극은 6∼8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배우와 관객들의 소통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언론 통제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13, 14일로 예정됐던 난징 공연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되고 말았다. 사진 출처 트위터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국 매체는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로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6일 밤 베이징(北京) 중심부 톈안먼(天安門)광장 인근 국가대극원(국립극장). 독일 베를린샤우뷔네극단의 연극 ‘민중의 적’ 베이징 초연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독일 배우들은 다른 나라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런데 한 배우가 “여러분은 왜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중국 현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중국 환경 문제, 중국 당국의 억압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출했고 관객들의 발언이 계속 이어져 현장에 있던 통역담당자가 배우들에게 관객들의 발언을 다 전달하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극을 본 한 중국인 관객이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격)에 “이들(관객들)이 (중국 당국의) 금지를 두려워하지 않나?”라고 감탄하는 글을 올렸다고 독일의소리(DW) 중문판이 13일 전했다.

‘민중의 적’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1882년 작품이다. 노르웨이 해안가 한 작은 마을의 온천이 폐수로 오염된 사실을 발견한 주인공 스토크만 박사가 시 정부에 이를 알리지만 온천을 통해 돈을 벌려는 시 당국, 현지 매체들이 사실을 은폐하고 심지어 일부 주민 역시 주인공을 ‘민중의 적’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날 밤은 6∼8일 사흘간 열리는 공연의 첫날이었다. 중국인 관객들의 반응에 놀란 국가대극원 측은 토비아스 파이트 샤우뷔네극단 총감독을 불러 관객들과의 소통 부분을 공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7, 8일 공연의 추가 매표도 중단했다. 파이트 총감독은 극의 일부를 마음대로 삭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 절충점을 찾아 관객들과의 소통 시간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공연 둘째 날인 7일 밤. 연극이 끝나갈 무렵 한 배우가 주인공을 가리키며 관객들에게 “누가 이 미친 극단분자의 말에 찬성합니까?”라고 물었다. 관객들 거의 모두 손을 들었다. 어떤 관객은 “하오(好·잘한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 배우는 그 뒤로는 침묵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이 배우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관객들과 소통을 진행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알린 것이다. 관객 소통 시간을 줄인 덕분에 8일 공연까지 마칠 수 있었다.

다음 공연은 난징(南京)으로 이동해 13, 14일 장쑤(江蘇)대극원에서 계속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연에 앞서 난징에 도착한 극단 측은 “무대 설비가 고장 났다. 공연을 진행할 수 없다”는 대극원 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접했다. “무대 설비에 문제가 있어도 공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난징 공연은 취소됐다. 일부 관객은 “136년 전의 극에서 현재의 중국을 봤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지만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 등에 올라온 ‘민중의 적’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한때 삭제됐다고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이 전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의 공연 취소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시진(胡錫進) 중국 환추(環球)시보 편집장은 13일 오후 웨이보에 글을 올려 “(관객과) 대화 중 잠시 발생한 통제되지 않는 상황은 몇 마디 유머로 해결할 수도 있었다”며 “공연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리 없고 우연히 일어난 일이다. (이 사건이 중국) 사회의 전체 형세를 바꿀 수도 없고 우려할 만한 충격이 될 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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