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지원국 북한, 美中 합작 ‘최고의 압박’ 직면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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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2008년 10월 해제 후 9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과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을 들어 북한 체제를 ‘살인적 정권(murderous regime)’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주에 걸쳐 북한에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하겠다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4일의 북한 방문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귀환한 직후 이뤄졌다. 중국 관영매체는 쑹 특사가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지도자’와 회견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김정은과의 면담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만났더라도 성과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쑹 특사는 유엔 대북 결의의 충실한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함께 북한에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을 테지만 북한은 이를 끝내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특사 파견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아시아 순방 직후로 예고됐던 테러지원국 재지정 발표를 미뤘고, 트위터에는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쑹 특사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며 북한에 테러지원국 낙인을 찍은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중재 노력마저 걷어차 버린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고조로 높여 사실상의 봉쇄 정책을 펼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이미 유엔 대북 결의 등 고강도 국제 제재를 받는 폐쇄국가여서 이번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더라도 북한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깡패국가라는 낙인이 찍히는 만큼 그 상징적 의미는 크다. 북한은 1987년 KAL기 폭파사건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고 여기서 벗어나는 데는 20년이나 걸렸다.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쇼를 벌이고 핵 검증에 합의한 뒤였다. 북한이 이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다시 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중국과 함께 ‘최고의 압박’을 펼 가능성이 높다. 중국으로서도 자신들의 중재마저 거부한 북한을 마냥 감싸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압박에 대북 송유관 폐쇄 같은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미국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이 유효하다며 출구를 열어놓은 만큼 김정은은 자멸(自滅)을 막기 위한 현명한 결단을 해야 한다. 북한이 추가 도발로 맞대응하면 한반도는 다시 긴장에 휩싸일 수 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혹시 모를 비상사태도 염두에 두고 대북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테러지원국 북한#미중 북한 압박#북한 불명예#중국 시진핑 주석#대북 경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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