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상무위원 퇴진론 솔솔… 시진핑 권력강화 막판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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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18기 7중전회 개막
왕치산 기율위 회의 발언 공개안돼… 고별연설 했다는 관측 나돌아
黨대회 코앞인데 권력투쟁 여전… 천민얼 상무위원 진입 여부도 주목
黨章에 ‘시진핑 사상’은 들어갈듯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가 1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와 본격적인 5세대 지도부로의 세대교체를 위한 막이 올랐다. 하지만 아직까지 권력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서열 1, 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자리에 시진핑 측근을 얼마나 더 배치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권력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7중전회는 18일 열리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준비하는 회의다. 당 대회에서 향후 5년의 중국 정책 방향은 물론이고 새 지도부의 면면, 시진핑 후계자 등장 여부, 시진핑 권력 강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진핑 사상의 공산당 당장(黨章) 삽입 여부가 판가름 난다. 과거와 달리 당 대회 일주일 전까지도 당내 권력투쟁이 지속되는 건 이례적이다.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지난 5년간 ‘시진핑 권력’ 강화를 위한 반부패 선봉장이었던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진퇴 여부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중앙기율위의 당 대회 전 마지막 회의가 9일 열려 5년간의 활동 성과를 정리했지만 정작 왕 서기의 발언이 전혀 소개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미국의소리(VAO) 방송 중문판은 시 주석이 기율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이전에는 참석해 연설을 했었다. 이 자리에서 왕 서기의 고별 연설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의가 왕 서기의 공을 논하는 회의가 돼야 했지만, 왕 서기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 시 주석이 그를 은퇴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권 매체 보쉰(博訊)은 “애초 9, 10일 이틀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9일 하루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특히 기율위는 9일 왕 서기의 발언 내용이 없는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10일 오후 “19차 당 대회에 기율위 업무를 보고하기 위한 심의 과정에서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기율위가 당 대회 보고 사항을 단독 심의한 뒤 당 대회에 올렸으나, 이번에는 시 주석 등 상무위원 7명이 직접 심의하고 당장 개정안과 함께 당내 의견을 구한 뒤 7중전회를 거쳐 보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홍콩 밍(明)보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기율위 결정만으로 당 대회에 보고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생긴 것은 내부 권력투쟁의 복잡한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을 제외하고 시진핑계는 왕 서기 1명뿐이다. 이를 자기 계파 위주로 바꾸려는 게 시 주석의 복안이다.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 왕 서기가 시진핑계다. 하지만 왕 서기는 퇴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천 서기 역시 아직 상무위원 진입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 반열에 올려놓을 가늠자인 ‘시진핑 사상’의 당장 삽입은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18차 당 대회 이래 마르크스주의 이념 연구와 건설 기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의 중요 연설에 담긴 정신과 ‘치국이정(治國理政)’ 이념의 새로운 사상과 전략을 특별히 강조했다. 밍(明)보는 이 기사에 따라 시진핑 사상의 당장 삽입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당 대회 이후 경제팀을 개편하고 국가 개입도가 더 높아진 강한 경제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왕치산#시진핑#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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