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반도 평화체제 당사자는 南-北-美… 3자가 결자해지”

입력 | 2018-09-13 03:00:00

[남북 평양정상회담 D-5]‘종전선언 참여’ 입장 변화 시사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좌담회 참석
푸틴-아베-이낙연 총리 앞에서 발언… 북미협상 교착 中책임론 의식한듯
한국과 사전조율 가능성도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은 누구냐? 바로 당사자다. 지금 당사자는 북한, 한국, 미국이다. 결자해지(解鈴需系鈴人)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 문제의 당사자를 남북미 3자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남북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각종 일들을 계속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모두의 노력을 통해 이 좋은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즉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국제사회가 함께 제공해야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시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 과정의 주인공은 남북미이며, 중국은 이런 과정에서 남북미를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된 6·25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종전선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그동안의 입장과는 달라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이 중국에 있다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시 주석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발언이 비핵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경우 연내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과도 사전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개별 연설이 끝난 뒤 함께 앉아 좌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시 주석은 해당 발언 직전 “중국과 러시아는 합의된 공동의 로드맵이 있다”며 “한 축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는 한반도 평화 보장 기제를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제사회가 함께 (보장)해줘야 한다. 어느 한쪽만이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좌담에 앞서 연설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갔는데 그에게 써준 쪽지가 있느냐’는 러시아 사회자의 질문에 웃은 뒤 “북-미 정상회담은 좋은 일이다. 특히 동북아 각국은 (회담을) 지지해야 한다”며 “우리(중국)는 북-미 회담의 적극적인 추동과 성공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김 위원장에게 써준) 쪽지에 해당한다”며 농담조로 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이날 포럼에 앞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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