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로 사업만 수조 넘게 드는데 정부, 4712억 1년짜리 예산안만 제출

입력 | 2018-09-12 03:00:00

[남북 평양정상회담 D-6]판문점선언 비용추계서 부실 논란
산림협력 부문 837억 추가편성… 野 “예산 전체규모 없어” 비판






정부가 1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후속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행되는 제도적 보장을 위해 판문점선언 채택 138일 만에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비준 동의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살펴봐야 할 비용 추계는 내년 한 해 치(4712억 원)만 제출해 ‘부실 자료’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과 관련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내년 예산은 총 4712억 원으로, 사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전년 대비 2986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증액은 주로 남북경협 사업 확대에 집중됐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무상) 사업 예산이 1864억 원으로 올해(1097억 원)보다 767억 원 늘었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융자) 사업 예산이 1087억 원으로 올해(80억 원)보다 1007억 원 늘었다. 산림협력 사업이 1137억 원으로 올해(300억 원)보다 837억 원 추가됐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포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규모는 약 1조977억 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정부가 ‘1년짜리’ 예산안만 내밀며 사실상 법적 영속성을 띠게 되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를 국회에 요청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향후 수조∼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대북 연구기관들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에 비준 동의를 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내년 한 해분만 갖고 비준 동의를 판단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정부는 부대의견을 통해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 지원 방안 마련 이전까지는 연도별 비용 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국회 방북 동행의 결례 논란에 이어 ‘부실한’ 비준 동의안까지 넘어오자 야당은 싸늘한 반응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재정 추계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對)북한 경제 지원 예산 전체 규모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금껏 막연한 예산내역을 담은 남북 간 합의서가 국회 동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남북이 3년 만에 공동 발굴 재개에 합의한 개성 만월대(滿月臺) 조사가 10월 2일 착수식을 갖고 재개된다. 이번 조사에서 훼손이 심한 회경전터 북서쪽 축대 부분을 발굴할 방침이다. 만월대는 400여 년간 고려 임금이 정무를 본 궁궐로, 앞서 공동 발굴은 2007년부터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황인찬 hic@donga.com·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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