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낸 ‘카톡 찌라시’ 퍼나르면… 나도 모르게 “범법자”

입력 | 2016-08-12 03:00:00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작년 70% 급증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미혼의 A 경장(여)은 지난달 초 지인이 보내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유부녀 여경과 총경의 애정행각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는 내용의 사설정보지(찌라시)에 불륜 당사자로 자신의 이름이 거명된 것이다. 수사 결과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와 A 경장의 이름을 덧붙인 인물은 모두 경찰이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여경 관련 찌라시를 처음 유포한 B 경위와 다른 카톡방에서 A 경장의 실명을 처음 거론한 C 경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SNS를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 일반인들은 ‘(받은글)’로 대변되는 찌라시를 대수롭지 않게 퍼 나르고 있지만 남이 보내준 찌라시를 복사해 전달하는 것도 명백한 범죄행위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의혹의 제보자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한 카톡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달한 대기업 홍보팀 과장 D 씨를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은 총 1만5043건으로 2014년(8880건) 대비 69.4%나 급증했다. 매일 40건이 넘는 고소가 접수되는 셈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찌라시 전달이 ‘죄’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탓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과 단둘이 나눈 대화라도 찌라시의 진원지가 됐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개인 간의 정보 교류는 ‘가족’이나 ‘직무상 보고라인’이 아니면 전파 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비공개 대화방에서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대화 상대방이 대화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단순 복사·전달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무심코 전달만 해도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라며 “최초 작성자로부터 본인에게 전달되기까지 몇 단계를 거쳤는지는 면책 사유가 안 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반의사불벌죄인 데다 피해자들이 초기 유포자들 외의 나머지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최초 유포자만 처벌되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유포 경로에 있는 사람을 특정해 고소할 경우 처벌을 피할 방법이 없다.

찌라시 유통 경로가 복잡해도 메신저 프로그램 저장 서버와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을 통해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중순 탤런트 이시영 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일당을 두 달 동안 역추적한 끝에 전문지 기자 신모 씨(35) 등 6명을 기소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 서버의 대화 내용 보관 기간이 1주일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신 및 발신 기록은 3개월 동안 저장되고, 이 밖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대화 내용은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대화창을 지우더라도 이미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구할 수 있고 누가 주고받았는지 입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전파성이 강해 일반 형법상 명예훼손죄(허위 사실일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엄하게 처벌된다.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유포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엔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형량은 대부분 벌금에 그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진 shine@donga.com / 무안=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