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vvip_outliers

우리는 노는 물이 다릅니다!

EDITOR 김명희 기자

2018. 05. 28

재벌가 상속자의 정해진 인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넥스트 제너레이션’들을 취재했다.

‘재벌(財閥)’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자본을 지닌 집안이나 그 가운데 소속된 사람을 의미한다. 재력은 족벌 경영이나 갑질 같은 문제적 행동의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개인적으로는 재능과 취향을 개발해 전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든든한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재계 아웃라이어(Outlier · 보통 사람의 범주를 뛰어넘은 특별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대림산업 이해욱
미술관의 사회적 기능 실험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이해욱(50) 대림산업 부회장은 재벌 미술관이 재벌가 부속 미술품 수장고라는 인식을 깬 주인공. 그가 2003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기획과 이벤트로 젊은 층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경복고 졸업 후 미국 덴버대를 거쳐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유학하는 동안 음악, 미술 등을 전문가 수준으로 깊이 있게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술에 조예가 깊어 직접 미술관 회의를 주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런 미적 감각은 대림이 짓는 고급 빌라 대림아크로빌과 ‘아크로 시리즈’로 불리는 한강변 고급 재건축 아파트, 광화문 D타워 등 건축물에도 반영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이처럼 남다른 안목을 지닌 그가 2016년 물의를 빚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러모로 안타깝다. 2015년 대림이 한남동에 별관인 디뮤지엄을 개관해 젊은 미술관 신드롬이 일자 근처에 모던하고 색깔이 분명한 갤러리들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한남대로 살짝 안쪽에 자리 잡은 알부스갤러리는 국내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를 표방한 곳으로 장진이 진로발효 이사가 관장이다. 장 이사는 고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의 조카다.

두산 박서원
광고계의 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9) 두산 전무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빅앤트인터내셔널이라는 광고 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면서 ‘누구의 아들’보다 ‘광고천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특히 올바른 성 문화 확산을 위해 제작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과일로 만든 만든 잼 ‘이런쨈병’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현재 두산매거진 대표이사, 오리콤 부사장으로도 활동하며, 그룹 전체에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현대가 정경선
성수동을 벤처 메카로 만든 착한 사업가

헤이그라운드(왼쪽)

헤이그라운드(왼쪽)

한국 사회에서 금수저들이 유독 미움을 받는 이유는, 그 수저를 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 정경선(32) 씨는 소셜 벤처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더 많은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는 2012년 우리 사회가 지닌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젊은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7년 6월 2백5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서울 성수동에 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를 오픈했다. 이곳에는 바쁜 엄마들에게 아이 돌봄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째깍악어,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잡지 ‘빅이슈코리아’,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는 농부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유통 기업 생생농업유통 및 소녀방앗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만지는 시계를 생산하는 이원코리아 등 소셜 벤처 80개사, 5백50여 명이 입주해 있다. 좋은 일만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실제로 조금씩 수익이 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글, J.P. 모건, 샤넬 재단 등 글로벌 기업 및 재단들이 루트임팩트의 프로젝트와 취지에 공감해 후원을 하고 있고, 정몽윤 회장도 후원을 한다. 정씨는 2017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도 루트임팩트를 챙기고 있다. 이곳에서 정경선 씨의 직함은 CIO(Chief Imagination Officer)다. 그는 선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성공하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꿈꾸었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SK 최민정
군 복무 마친 대한의 딸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둘째 딸 최민정(27) 씨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군에 자원입대해 화제가 됐던 인물.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그의 자원입대는 SK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민정 씨는 2014년 해군에 입대해 3년간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 등 험지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유학을 간 그는 학창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직접 용돈을 벌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 재학 중에는 한중 교류에 관심을 갖고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했으며, 졸업 후에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역(逆)직구 쇼핑몰을 설립하며 사업에도 재능을 드러냈다. 다음 행보를 궁금케 하는 그는 현재 중국에 머물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함연지
갓뚜기 손녀의 남다른 클래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아내이자 뮤즈 콘스탄체로 출연한 뮤지컬 배우 함연지(26) 씨는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이다. 예원학교와 대원외고를 거쳐 미국에서 유학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2014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뮤지컬계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KBS1 TV 일일드라마 ‘빛나라 은수’에서 여주인공의 친구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얼굴을 알렸다. 2017년 결혼 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작품에 출연 중이다. 남편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아들로 민사고를 거쳐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로 알려졌다. 함씨는 매년 연예인 주식 부자 리스트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그는 오뚜기 주식을 1.25%(4만2천7백85주) 보유한 대주주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3백20억원 상당이다. 함씨는 6월에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플뢰르 드 리스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루트임팩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