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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review

보통 여자 A의 생리컵 예찬

editor Lee Na Rae

2017. 11. 16

호기심으로 생리컵을 구매했고, 딱 3달 사용한 후에 생리컵 예찬론자가 되었다. 모든 여성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에디터의 생리컵 체험기를 공유한다.

생리컵이 핫 이슈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다. 급속도로 퍼져나간 페미니즘의 한켠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고 느껴야 하는 불편 중 하나로 생리가 떠올랐고, ‘해외에서는 생리컵이라는 것을 쓴다더라~’는 신문물까지 소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얼리어댑터로서 이런 트렌드를 놓칠 순 없었다. 문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대체 뭘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것. 당장 카드를 긁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정보를 찾아 온갖 사이트를 드나들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궁의 높이를 재는 것이었다. 길이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마다 자궁 경부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궁 경부가 낮게 위치한 사람은 되도록 짧은 생리컵을 사용해야 이물감이 적고, 자궁 경부가 높은 사람이라면 긴 생리컵을 사용해도 무관하다는 것. 자궁 경부 높이를 재는 방법은 유튜브에 영상이 많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다음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강도’였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생리컵은 부드러운 종류와 단단한 종류가 있는데, 부드러운 제품은 착용 시 이물감은 적지만 탄성이 낮아 단번에 펴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고, 단단한 제품은 사람에 따라 방광이나 배에 압박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초보자라면 단단한 컵을 먼저 써보라기에 단단한 재질의 생리컵 브랜드를 찾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사이즈(보통 생리컵은 S(15ml 내외)와 L(25~30ml 내외) 사이즈로 출시되고 있다)’를 고민하던 차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웃긴 글을 발견했다. “저는 애가 둘이라서 L로 주문했어요” “전 아직 출산 전이라 S 샀어요”, 음? 생리컵이 밥솥 같은 건가? 가족 구성원의 수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산과 생리컵 사이즈는 관계가 없다. 생리컵 사이즈는 생리 양으로 고르는 것이다. 양이 많으면 큰 것, 양이 적으면 작은 것! 


아마존에서 주문하고 배대지까지 받는 데 5일, 배대지에서 국내까지 배송되는 데 4일 걸린 후 마침내 생리컵을 손에 넣었다. 두근두근 떨리는 첫 경험은 일주일 후에 이루어졌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배운 대로 생리컵을 차곡차곡 접은 후 더듬더듬 질 입구에 가져다 대긴 했는데, 이럴 수가! 생리컵은 내 맘처럼 가뿐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어이쿠!간신히 미끄러져 들어간 생리컵이 ‘뽁’ 하고 몸 안에서 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생리컵을 넣는 데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 다른 이들의 후기와 비교하면 상위권에 드는 성공 기록이었다. 



생리컵을 사용한 첫날의 소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생리컵을 쓴 경험을 잊었다는 것이 아니라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종종 잊었다는 말이다. 찝찝함도, 몸에서 왈칵 쏟아지는 생리혈의 이물감도 없었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파우치를 몰래 챙겨 들고 화장실로 향할 필요도 없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생리컵을 적극 권장하는 ‘생리컵 예찬론자’가 되었다. 유해물질이 없고, 샐 염려 없고, 냄새 없고, 찝찝하지 않은 생리 기간을 보낼 수 있다니! 매달 생리 때마다 겪던 피부 발진이 사라졌다는 후기나, 통증에서 해방되었다는 주변의 간증도 이어지니, 이렇게 좋은 걸 나만 알고 있을 수 없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달까? 당분간은 매달 생리컵과 더불어 살아갈 예정이다. 그렇게 좋은 걸 왜 당분간 쓰냐고 묻는다면, 생리대를 쓰던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리컵이 나타난 것처럼 더 혁신적인 생리용품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director Choi Eun Cho Rong designer Choi Jeong Mi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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