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연예

‘예술가’ 유아인 타성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꿈꾼다

tvN ‘시카고 타자기’에서 스타 작가로 변신

  • 김은향 자유기고가 woocuma29@gmail.com

    입력2017-04-17 16: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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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유아인이 말한 것처럼, 연기는 위대한 예술일까. 이에 대해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그의 인생에서 연기는 절대 가치이자 완전무결한 예술임에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천진함과 광기를 오가는 예의 그 날선 눈빛이 어떻게 가능할까.

    캐릭터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입히는 유아인의 재주를 지켜보는 건 어느새 즐거운 일이 돼버렸다. 그가 이번에는 4월 7일 첫 방송한 케이블TV방송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서 주인공 한세주 역을 맡아 ‘스타 작가’로 변신했다. 전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종영한 지 1년 만이다.

    “언젠가 한 번쯤 작가를 꼭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작가라는 직업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이번 드라마 속 인물은 굉장히 보기 드문,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거든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스타 작가예요. 굉장히 까칠하고 직설적이면서 대외적으로는 아주 젠틀하죠(웃음). 전무후무한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좀 더 새롭게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작가님과 감독님, 함께 하는 배우들을 보고 이 조합이라면 꼭 참여해야겠다 싶었어요.”



    자아가 선명한 배우


    ‘시카고 타자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치열하게 살다 간 문인들이 현생에 베스트셀러 작가와 극렬한 안티 팬, 유령 작가 등으로 환생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한세주는 스물 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했고 써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부와 명예를 얻은 인물이다. 이는 실제 유아인과도 묘하게 닮았다.

    10대 시절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유아인은 이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밀회’ ‘육룡이 나르샤’와 영화 ‘좋지 아니한가’ ‘완득이’ ‘베테랑’ ‘사도’ 등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 결과 현재는 ‘대체불가’한 오라(aura)를 가진 배우가 됐다. 2015년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의 내밀한 쓸쓸함과 처연함을 농밀하게 그려내 그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시카고 타자기’에서 상대역을 맡은 배우 임수정은 유아인과 한세주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솔직함’을 꼽기도 했다.

    “저와 한세주가 닮았다고요? 저는 한세주만큼 까칠하지는 않아요(웃음). 하지만 내면은 분명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요.

    한세주는 화려하고 단단한 외피 안에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캐릭터예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연기하고 있죠. 실제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언젠가부터 나의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직접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 방법은 연기나 사진, 영상 등 뭐든 될 수 있어요. 물론 글이 될 수도 있고요.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고 싶어요.”

    유아인의 이런 면모는 일찌감치 빛을 발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유아인의 글 솜씨는 이미 유명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6명을 모아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갤러리, 라이브러리, 아틀리에, 카페가 집약된 이곳은 그림과 사진, 디자인, 조형, 그래픽, 음악, 아트디렉팅,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등 거의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복합 창작 공간이다. 설립자이자 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유아인의 연기와 예술에 대한 진솔한 태도는 과거 인터뷰 등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예전에는 제 일에 겸손을 떤다고 예술이라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연기는 정말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하죠. 지금까지 그래왔듯 마음껏 움직이고, 결과물이 보장된 곳에서 예술적으로 움직이고 싶어요.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모든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청룡영화상 수상으로 ‘적어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대답을 얻은 것 같아요.”



    병역 의혹에도 직설화법

    유아인은 늘 그랬다. 연기도, 인생도 에둘러 가는 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려야 하는 연예인의 직업적 속성상 유아인의 기질은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된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서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 남자 배우에게 군 입대가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발언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유아인의 직설화법은 예외가 없다.

    “이번 기회에 속 시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재검을 받았고 병무청으로부터 아직 입대 여부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한 상황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흔치 않은 데다, 이목이 집중돼 병무청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입대와 작품은 선택 사항이 아니에요. 따가운 시선보다 따뜻하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고 권력자도 잘못을 저지르면 잡혀가는 마당에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비리를 저지르겠어요(웃음).”

    특유의 꼭꼭 씹어 뱉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유아인은 2015년부터 4차례에 걸쳐 재검을 받으며 확고한 군 입대 의지를 보였다. 애초 어깨 부상으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고 이후 골육종 투병 사실까지 알려졌다. 물론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유아인은 골육종이 비정상적으로 발육하지 않는 이상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것임을 수차례 밝혔다.

    “‘아프다면서 드라마는 어떻게 찍느냐’고 하는 분도 있는데, ‘육룡이 나르샤’를 마치고 1년 동안 쉬었어요. 군대에 가지도, 작품을 찍지도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많은 부분을 배려해줘 건강에 무리 없이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노력은 이번에도 유효한 듯하다. ‘시카고 타자기’에서 과거와 현재를 숨 가쁘게 넘나드는 진행 속에서도 유아인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주연 배우 간 조화가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나른한 듯 낭만적인 문인과 현생의 당당하고 시니컬한 스타 작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아인의 연기만으로도 드라마는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캐릭터의 특수성을 제외하고는 드라마의 설정은 기존 작품에서 한 번쯤 다룬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좀 더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 제 숙제죠. 기존 로맨스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의 타성에서 벗어난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타성에서 벗어나는 것.’ 온전한 자유를 꿈꾸는 유아인의 인생에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예술가’ 유아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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