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안병민의 일상경영

소소한 배려가 낳은 거대한 효과

신은 디테일에 있다!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4-17 15: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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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출한 점심시간, 마침 한가한 주말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짜장면이 정답이고 진리입니다. 전화로 주문한 지 얼마 안 돼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배달원 아저씨가 하나씩 꺼내놓습니다. 저와 아이들이 음식을 식탁으로 나르고 있는데 음식을 다 꺼내놓은 아저씨가 갑자기 현관에 흐트러져 있던 신발을 정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경쾌한 인사와 함께 현관문 고정장치인 노루발까지 제자리로 올려놓습니다. 그것도 발이 아니라 손으로 말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한 번도 손으로 올려본 적 없는 노루발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었습니다.

    이처럼 고객가치는 작은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른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micro value marketing)’입니다. 고객의 작은 불만이나 불편을 찾아내 개선하고 해결해주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거지요. 어찌 보면 ‘디테일의 차별화’입니다. 품질이나 디자인 같은 경쟁 요소가 대부분 평준화되다 보니 이제 차별화의 대상은 이처럼 사소한 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고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공감과 배려가 없다면 찾아내기 힘든 차별화 영역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다운재킷에 안경 클리너를 내장했습니다. 겨울철 실내·외 온도 차로 안경에 김이 서려 뿌옇게 될 때 편하게 닦아 쓰라는 배려입니다. 빈폴은 소매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교통카드 등 간단한 소지품을 넣을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겨울 목과 주머니 부분에 인조 보아털을 부착한 다운재킷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모두 작은 배려, 디테일을 강조한 제품입니다. 짧은 도미노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첫 도미노는 핀셋으로 집어야 될 만큼 작고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도미노가 시작이 돼 제일 마지막에 넘어진 도미노는 1m 높이에 45kg이 넘는 크기였습니다. 시작은 늘 작습니다. 하지만 작다고 가벼이 볼 일이 아님을 우리는 ‘깨진 유리창 법칙’(깨진 유리창이 많은 지역일수록 범죄율이 높은 현상)으로 깨닫게 됩니다.





    복잡성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사소함이 오히려 전체를 결정합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감사도 꼭 표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별것 아닌데도 사람이 달리 보입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라도 받을라치면 감동은 배가됩니다. 그 작은 순간이 모여 곧 그 사람이 됩니다.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자산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쌓이는 겁니다.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녹아 있는 복잡성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건 그 복잡성을 누가 감당할 거냐의 문제입니다. 만약 공급자가 그 부담을 진다면 고객은 그만큼 편해집니다. 예컨대 아우디는 자동차 보닛과 본체 사이의 간격을 2.5mm로 맞춰 생산합니다. 이를 통해 전 부서의 업무 정확도가 올라가고 일을 대하는 자세, 즉 디테일에 강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돌아볼 일입니다. 우리의 복잡성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가 힘든 만큼 고객이 편해집니다. 고객이 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차별적 가치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이야기하는 성공 비결입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  강의와 자문  ·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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