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경제

인공지능 딥러닝 시대의 생존법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 모델 재편…유연성과 적응력이 승부 가른다

  • 류성일 kt 빅데이터사업단 책임연구원 ryu0121@kt.com

    입력2017-04-17 15: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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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인공지능 ‘알파고’는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5차례 대국을 벌였다.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던 인간 대표 이세돌은 4 대 1로 패하고 말았다. 많은 이가 바둑에서만큼은 오랜 시간 연구하면서 얻은 인간의 숙련된 직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했기에 패배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 요원할 것만 같던 인공지능 시대가 알파고의 등장으로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학계와 산업계를 비롯해 전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 트랙티카(Tractica)는 인공지능 시장의 매출 규모가 지난해 6억4000만 달러(약 7232억 원)에서 2025년 368억 달러(약 41조50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중 누적 매출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정적 이미지 인식·분류·태깅으로, 총 80억 달러(약 9조200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2위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분야로 총 7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 역시 올해부터 5년간 일반인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5대 혁신 기술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과 지능형 에이전트를 꼽았다.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 과거에는 첨단 인공지능으로 분류되던 기술과 제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지위를 잃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세탁물 무게를 인식해 세탁조 물의 양을 조절하거나, 세탁과 탈수 코스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등의 단순 제어 기술을 인공지능이라고 불렀다. 또 97년 인간 체스 1인자를 꺾은 ‘딥블루’는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해 체스를 뒀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기술을 우리는 더는 인공지능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후 인류는 컴퓨터 스스로 판별 및 예측 방법을 익히는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해냈고, 나아가 현재 딥러닝(Deep Learning)에 이르렀다. 알파고는 바로 딥러닝의 결정체다. 딥러닝은 인공신경망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인공신경망이란 인간의 뇌신경망을 수학적으로 모방한 분석 기법인데,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의 규모를 더 크고 복잡하게 고도화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인공신경망을 풀어내는 알고리즘 기술과 컴퓨터 성능이 진보함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딥러닝이 가능해진 것. 인간의 뇌신경 모델을 구성하는 네트워크의 깊이는 약 15층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족 얼굴을 알아보는 모델,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신체 균형 모델 등 15층 내외로 쌓인 무수히 많은 모델이 머릿속에 구축돼 있는 것이다. 반면 딥러닝은 사람보다 더 깊은 수준의 모델을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48층 규모의 인공신경망을 사용한 알파고가 탄생했고, 지금은 100개 이상 층으로 이뤄진 인공신경망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의 뉴런(신경세포) 네트워크가 15층 규모에 불과한 데 비해, 딥러닝은 수십 층, 수백 층 이상도 쌓아올릴 수 있기에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그랬고, 사진에서 안면 인식 능력도 이미 기계가 사람을 앞섰다. 인간은 단지 수많은 바둑 기보를 입력하거나,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 판별하거나 예측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주연, 인간은 조연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또 생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인류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의 딥러닝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와 서비스가 만들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순응하려면 기업 스스로 데이터 처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 CRM(고객관계관리) 등 통계 분석의 역량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예측과 판별 등 지능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 역량, 특히 딥러닝 기술을 확보해야만 시장에서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손을 대체하는 등 노동시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노동시장의 급변을 몇 차례나 경험했다. 1차 산업혁명으로 가내수공업이 몰락했지만 공장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기계화·자동화의 2차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실업을 겪어야 했지만 의류, 디자인, 기계공학 등 새로운 산업이 일어났다.

    3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정보화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디지털 콘텐츠 산업 등이 생겨났다. 이처럼 기술 발전은 인류의 일자리를 모조리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분야와 형태가 바뀔 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는 또다시 생겨날 개연성이 높다.
    과거 전자계산기를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인간이 암산 능력과 주판 사용법을 더 숙련해도 전자계산기에 맞설 수는 없었다. 다만 우리는 전자계산기의 능력과 효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일에 집중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태도도 그래야 한다. 인공지능과 대결할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한 가지를 든다면 바로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일 것이다. 산업화와 대량생산,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도 인간은 다양한 기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왔고 또 다른 소임도 찾아냈다. 나아가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고 시장 수요를 만들어냈다. 그 저력은 바로 ‘유연성과 적응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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